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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벼랑 끝에서 다시 찾은 자연인의 행복

[[이야기가 있는 광주 맛집] 하림가]

벼랑 끝에서 다시 찾은 자연인의 행복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1/03/10 13:12
조회수205

 

 

 이상한 일이다. 언젠가부터 TV를 켜고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갑자기 손이 멈춘다. 산에서 주운 열매로 만든 차에 이름 모를 진귀한 요리까지. 어느새 자연이 내준 품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자연인이다’를 시청하고 있더랬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드디어 나왔다. ‘사연’. “건강이 안 좋았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산에 들어왔죠.”


 레퍼토리는 묘하게 비슷하다. 그러나 사연 없는 삶 어디 있으랴. 자연에 사는 특이한 사람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도 눈 녹듯 사라진다. 자연인의 목가적 생활을 대리만족하며 마음도 편안해진다. 마니아층을 비릇, 시청률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재주 많은 자연인, 광주엔 없을까. 자동차 내비게이션 안내에 의존에 도착한 광산구 삼도가산안길 42. 송산대교를 지나 영광로를 지나니 도심 가까이 이렇게 한적한 드라이브 길이 있었나 싶었다. 시야를 방해하는 별다른 건물이 없다. 나주 금성산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올 뿐이다. 여기에 어울리는 토속적 분위기의 황톳빛 흙집 몇채. 코로나도 못 올 것 같은 고요함. ‘하림가’(식당/카페/팬션). 노란색 지주간판을 보고 나서야 의심을 거뒀다.


 “들어오세요.” 흰 수염 무성한 주인장 하성환(69) 씨가 반긴다. 포스가 상당하다. ‘어쩌면 광주판 자연인일지도 모른다.’ 집에 얽힌 사연이 궁금해졌다. 호기심과 오지랖 사이. 취재라는 명분으로 초면임에도 물었다. 하 씨는 거침없이 경계심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운암동서 20여 년 살다가 여기까지 쫓겨나듯 왔죠. 보증을 잘못 섰어요. 16억 날렸나. 집사람이 오래전 이곳에 땅을 샀었거든요. 텐트 치고 자면서 직접 흙집을 지었어요. 집 짓는 법요? 몰랐죠. 몸으로 완성한 거죠. 낫으로 풀 베며. 먹고 살 길이 없었으니까 사슴도 키워보고 염소
도 키워보고 토종닭까지…. 경험이 없으니까 뭐 되나요. 1년 반 닭을 키워서 닭 장수한테 팔려고 물어보니 ‘4000원 가겠서’하더군요. 허 참, 본래 그 가격에 샀는데 말이죠. 친구들이 만 원씩 주고 사줬어요. 왜냐. 닭이 작아도 무진장 맛있었거든요. 원래는 지금 음식점 자리에 세를
주려고 했어요. 카페라도 누가 하게. 빚도 갚아야 하고. 부동산에 갔더니 코웃음을 쳐버리더라고요. 누가 여기오겠냐고. 그래서 저희가 음식점을 차렸죠.(웃음).” 옆에서 남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아내 이혜자(55)씨가 손끝으로 눈물을 닦는다.


 “집사람이 고생 많이 했죠. 정기휴일도 몇 년 전부터 했지, 1년 365일을 일했으니까요.” 하 씨는 미안한 듯 괜스레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림가의 대표 메뉴는 꾸지뽕한방약오리. 꾸지뽕은 뽕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항암, 혈당 조절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본래 약재에 관심이 많았다는 하 씨는 꾸지뽕 2000여 그루를 직접 심었다. 일조량이며 기후며 꾸지뽕이 자라는 데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주인장 하 씨의성을 따 강 ‘하(河)’ 자에 수풀 ‘림(林)’. 그렇게 2006년 하림가를 열었다. 햇수로 16년째 부부는 꾸지뽕 예찬론자로 살고 있다. 가게 안에는 꾸지뽕 효능을 적은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있을 정도다.


 “열매는 물론 잎, 가지, 뿌리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요. 꾸지뽕잎으로 오리백숙 국물 맛을 내고, 항아리에 꾸지뽕 나무를 넣고 수시로 기름을 짜기도 하죠. 기름을 따로 사 가는 분들도 있어요.” 부인 이 씨가 한상을 차려냈다. 약오리 외에도 갖가지 반찬에 시선이 머물렀다. 각종 김치며 자색고구마, 누룽지, 연두부 등 언뜻 세어 봐도 10가지가 넘는다. 직접 농사지은 걸 내놓기에 그때그때 계절별로 반찬은 다르다.

 


 반찬을 내놓는 그릇 조차도 전부 보성에서 도자기 작가로 활동하는 후배에게 배워 주인장이 직접 빚었다고 하니, 하림가에 전부를 걸었을 마음이 전해진다. “여기 빨간색 열매가 꾸지뽕 열매인데 드셔보세요.” 한입에 물었다. 아삭아삭. 부드럽고 달콤한 과실즙이 새어나왔다.


 본격적으로 꾸지뽕약오리 국물을 들이켰다. 꾸지뽕을 비롯해 황기, 당귀, 둥굴레, 감초, 천마, 계피 등의 약재향이 입안에서 감돌았다. 전부 국내산을 넣는다고. 오리는 쫄깃쫄깃 씹을수록 진한 맛이 배어났다. 작은 항아리 그릇에 나온 죽을 덜어 먹으니 든든했다. “위에 염증이 있던 친구가 이거 먹고 다 나았어요.”, “한 번씩 꼭 손님 전화가 와요. 음식에 뭐 넣었냐고요. 당이 떨어졌다며.” 등의 주인장의 말이 더는 오버로 느껴지지 않았다.

 


 “꾸지뽕 차 좀 드셔보세요.” 부인 이 씨가 식탁 끝에 있던 작은 티포트를 가리켰다. 노란 빛깔의 따뜻한 차를 마시니 코로나로 쌓였던 피
로가 녹는 듯했다. 신선이 따로 없다. 꾸지뽕으로 ‘뽕’ 빼는 가게답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그것이 인생의 재미일지도 모른다. 직장 생활만 하다 음식점 장사는 생전 처음해본 일이지만, 부부는 손님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했다. 밥집은 맛있으면 멀리서도 오는 법. 하림가는 90% 이상 예약 손님이기에 더신경을 쓴다고 강조했다. 분점을 내달라고 하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하림가 하나로 만족하고 싶다고 하 씨는 웃어 보였다.


 “할 일이야 많죠. 지루할 틈이 없어요. 이제는 천천히 느릿느릿 살려고 해요.” 사회나 문화에 속박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살아가는 사람. TV 속에서 보던 자연인이 광주에도 정말 있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날, 귀한 손님이 찾아온 날. ‘하림가’를 다시 찾을 듯하다.

​글 이소영 작가
사진 오종찬 사진작가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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