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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고소한 떡갈비와 시원한 뼛국까지... 푸짐한 광주 인심

고소한 떡갈비와 시원한 뼛국까지... 푸짐한 광주 인심

[송정리 떡갈비 거리]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19/10/01 10:32
조회수168



“떡갈비 원더풀”…세계수영선수권대회서도 인기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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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질문 하나. 서양식 패스트푸드로 잘 알려진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법과 양념은 다르나, 치대어 다지는 방법은 유사한 광주 대표 음식은? 정답은 ‘떡갈비’다. 떡갈비는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과 달큰한 맛으로 연령불문 인기만점이다. 지난 7월 열린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선수촌 식당에서는 떡갈비가 하루 3,000개 가까이 소비됐다. 그만큼 떡갈비는 국적·나이 불문 사랑받는 메뉴다. 광주시는 최근 빛고을을 대표하는 음식 7가지를 선정했는데, 떡갈비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광주송정역 인근 ‘송정리 향토 떡갈비거리’에는 떡갈비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광산구청 앞 광산로 29번길에서 광산로 30번길까지 이어진 약 3블록이 떡갈비 거리다. 대략15개의 떡갈비 전문 음식점이 있다. 어딜 가나 간판에 ‘떡갈비’라고 적혀 있지만, 똑같은 떡갈비가 아니다. 저마다의 비법으로 차별화된 떡갈비를 선보인다. 고로 결정장애가 와도 실패할 확률이 없다.

 

 떡갈비거리에서 만난 떡갈비 맛집 그리고 사람들 “삼도동 밭에서 직접 기른 야채에요. 고기에 싸서 함께 먹으면 맛있어요.” ‘새송정떡갈비(062-941-3353)’ 오명숙(67) 대표의 말이다. 떡갈비와 함께 나온 뼛국물을 한술 떠먹고, 떡갈비를 입안에 넣었다. 양념이 잘 배인 육즙이 신
선한 야채와 어우러져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먹는 중간 중간, 정겨운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다닥, 다닥’ 주방에 서 떡갈비를 다지는 잔칼질 소리다. 순식간에 접시를 비우고 나니 오씨가 “맛있죠” 하며 웃는다.


 광산구 삼도동이 고향인 오씨는 결혼 후 떡갈비집을 차렸단다.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내년이면 40년차에 접어든다고. “손주가 두 명 있어요. 고1인 손주는 혼자서 떡갈비를 3인분(보통 2조각 1인분을 기본으로 한다)이나 먹죠. 제 자식 키울 때요? 애들도 떡갈비는 질리지 않고 좋아했죠. 광주에 김치도 유명하지만 떡갈비도 잘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어요.” 오씨는 매일 신선한 고기를 공급받아 천연조미료를 넣고 떡갈비를 만든다고 했다. 오씨는 전용 숙성고 내부까지 숨김없이 보여줬다. 40년 동안 연구해 만든 떡갈비니 어련할까.


 떡갈비거리의 원조는 故 최처자 할머니다. 1950년대 송정리 오일장 주변에서 밥집을 하던 할머니는 이가 튼튼하지 않은 시가 어르신을 위해 쇠고기를 다지고 다양한 채소와 양념을 섞어 구워 드렸는데, 반응이 좋아 식당에서 팔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송정시장에 우시장과 도살장이 있어 고기를 구하기가 쉬웠다.


 골목은 개인의 역사이자 도시의 기억이다. 떡갈비거리도 그렇다.

 화정떡갈비(062-944-1275) 이영순(73) 대표의 딸인 김성희(49)씨는 최처자 할머니를 기억한다고 했다. “저희집앞에서 할머니께서 장사를 하셨어요. 제가 한 7살 즈음이었을 거에요. 이제는 제가 떡갈비를 만드네요.” 원조할머니를 기억하는 성희 씨는 가업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정떡갈비의 경영방침은 광고를 하지 않고, 그 돈을 아껴 양질의 재료를 만드는 것. “다른 집들도 저마다 비법이 있겠지만, 저희는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섞어 떡갈비를 만들고 양념도 국산을 써요.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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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들른 떡갈비집들은 공통적으로 떡갈비를 매개체로 단골손님들과 맺는 인연을 귀하게 여겼다. 송정떡갈비(062-944-1439) 오유경(39) 대표는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해도 10명중 9명은 ‘좋다’고 하니, 힘들어도 그 맛에 떡갈비를 굽는다고 했다. (송정떡갈비는 연탄 위에숯을 올린 불을 사용해 굽는다고.)


 “제가 중학생 때부터 떡갈비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제 어린 시절을 아는 손님들은 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때 선물까지 주셨어요. 손님들과의 관계도 정말 중요하죠.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했던 손님들이 결혼을 해서 자녀분들과 함께 오는 것도 참 신기해요.” 이른바 떡갈비를 먹고 자란 세대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제 자식들을 데리고 온다는 것.


 떡갈비거리에서 만난 손님들의 반응이 사뭇 궁금해졌다. 하나 같이 ‘송정리 향토 떡갈비’에 반한 기색이었다. “서울에서 먹었던 떡갈비와 달리 양념이 강하지 않아 가정식 느낌이었어요. 택시기사님이 떡갈비를 추천했는데 먹길 잘한 것 같아요.” 서울에서 딸 박주원(16)씨와 함께 ‘모녀 여행’삼아 광주를 왔다는 조성연(49) 씨는 흡족해했다. 고흥에서 혼자 여행을 온 이경환(26)씨는 “보통 고기는 2인이 와서 구워 먹어야 하는데 떡갈비는 혼자와도 부담없이 눈치 안보고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광주토박이인 유용한(83)씨는 “모임 회원 분들에게 떡갈비를 대접했다. 다들 맛있게 먹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내심 든든해지기까지 한다. 가족외식에 앞서 맛집검색은 안심하고 내려놓아도 되는 곳, 떡갈비 골목이 아닐까.

 

이소영 작가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