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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추억이 함께 하는 '산탕집'

추억이 함께 하는 '산탕집'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19/12/31 14:52
조회수207

​ 해마다 겨울이 오면 오랜 단골들이 꼭 한 번씩은 찾아 오는 맛집이 있다. 대인시장 건너편 동문다리 지나

옛 계림극장 골목 초입, 신경 써서 찾지 않으면 그냥 건너 뛰기도 하는 그런 이무로운 식당 계림동 산탕집

11월 중순에 열었다가 3월 중순경 가게를 닫으니, 겨울에 만나보지 못하면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박

하고 담박한 탕을 다시 맛보려면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허름한 가게를 열고 들어서자 불을 넣어 뜨끈한 방에 예약을 했는지 상이 차려져 있다. 좁다란 홀을 합쳐

달랑 네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손님과 주인이 서로 지척이라 주고받는 이야기가 가까워 더 다숩다. 

 “80년도부터 시작했응게 한 40년 가차이 한 것 같으요.”

 “이 골목이 동정시장이 있던 골목이었어요. 그때는 순대도 팔고 했지요.”

토끼탕, 오리탕, 꿩탕, 산고기 전문.  메뉴는 알아먹기 좋게 크게 출입문에 써 붙여놓았다. 어찌하다보니

이 좁은 곳에서 네 명이나 자식들 잘 건사하였노라는 주인장의 자랑이 허물없는 이웃처럼 친근하다.

 “우리 아들이, 아부지 대단하요. 우리들 대학까지 모두 마치게 하고 참 감사하요. 퇴직하면 이 가게 물려

받으면 안 될까요?” 하는데 손사래를 쳐 막았단다. 그러면서도 오래된 가게를 지키는 일본이나 외국처럼

대를 이어 지켜갈 것은 지켜 가면 좋겠다 한다.  

 “토끼탕으로 유명한 영하당은 없어져부렀잖아요. 영하당이 나주 금천 사람이고,  난 산포 사람인데 계속

해서 광주의 명물로 남으면 좋겠지요.”

 

 손님 입맛에 새겨진 맛난 김치의 비결은 자급자족 농사

 80년대 학생들이 민주화 시위할 때 최루탄에 골목이 잠길 때를 기억의 갈피에서 꺼내 회상하였더니 곧바

로 소금을 끼얹은 미꾸라지 이야기를 보탠다.

 “아, 말도 마씨요. 그 때 최루탄에 창문이 뚫려 애기들이 미꾸라지 소금 쳐놓은 것 맨치로 되어부렀어요.”

살아나온 날들이 꿈만 같단다. ‘탕집’이 아니고 ‘산탕집’이라, 왜 산탕집이냐 물었더니 꿩이고 토끼고 산짐승

산고기여서 산탕집이라고 붙였단다.

 "토끼나 꿩이나 겨울철에 더 맛나요. 그래서 겨울 한 철만 열고, 다른 철에는 고향에서 밭농사 짓고, 마을

일도 도와서 하고요.”

 산포에서 농사도 짓지만 동명동 도시재생 현장센터에서 마을 일도 맡아 한다는 주인장의 생각들이 아직

청년마을활동가 못지않다.

 꿩은 닭보다 살이 많지 않아 닭보다 훨씬 쫄깃하다. 다른 육류와는 달리 섬유소가 가늘고 연해, 근육질에

는 지방이 전혀 섞여있지 않아 세포를 윤택하게 하고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다한다. 칼슘, 필수

아미노산, 각종 미량의 효소가 듬뿍 들어 있어 건강 및 미용식품으로 적합하고 소화 흡수가 잘된다.


 꿩탕에 들어간 것이 조미료나 다른 것 없이 나박나박 썰어진 무와 두부, 파, 후추 정도인 것 같은데 밥 한 그

릇을 후딱 비웠다. 떡국을 끓일 때 꿩으로 끓이면 더 시원하고 맛났던 걸 입맛은 반추해 낸다.

 "공기밥을 더 드릴까요? 더 드시려면 애러워 말고 말씀 하시씨요.” 주인장의 후덕한 챙김의 말과 시원한 탕국

물에 마음까지 후끈하게 더워진다. 이런 소소하게 챙겨 주는 인정 속에 서민들은 더 힘이 솟는다.

 

 토끼탕은 영하당 춘장 가미 방식

 우리 밥상의 필수요소 하면 김치와 밥을 말하지만,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국을 꼽는다. 된장 등으로 한 두 가지의

재료와 간단한 양념만으로 끓여 밥에 곁들이는 음식으로 국은 우리 밥상의 주된 메뉴였다. 그런 국종류로 탕은 또

다르게 해석이 된다. 우려 내거나 달이는 것은 식품의 효능을 우리 몸이 가장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기본 조

리법이다.

 탕은 깊게 끓이는 것, 찌개는 갖은 재료와 갖은 양념을 모아다가 끓여내는 것, 전골은 갖은 재료를 보기 좋게 얹어

심심한 육수를 부어 끓이는 음식을 말한다. 토끼탕은 예로부터 겨울나기 보양식이었다. 산탕집에서는 우선 살코기만

발라 내 구워 먹는다. 가운데 얹어 주는 것이 하나 있다. 토끼의 간이다. 별주부가 용왕의 병을 고치러 뭍에 올라와 토

끼에게 구하던 것이다. 토끼고기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콜레스테롤이 없다고 알려져 있으니, 현대인들에겐

별미로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영약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와 부산물로는 탕을 끓인다. 춘장

으로 밑간을 하고, 떡국, 당면, 시금치, 쑥갓, 두부 등을 넣는다. 당면과 야채를 충분히 먹은 뒤 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먹

으면 좋다.  춘장 때문에 국물의 색깔이 검붉다. 먹고 남은 국물에 비벼주는 밥이 꿀맛이다.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 때, 토끼의 슬기를 빌려 헤쳐가려면 산탕집 뜨끈한 국물에 주눅들고 얼었던 가슴을 훌훌 녹여버

리고 새해를 맞이함이 어떨까 싶다.

                                                                                                              - 김경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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