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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전국 유일의 ‘고싸움 전수관’이 있는 마을

[고싸움 발원지, 남구 칠석동]

전국 유일의 ‘고싸움 전수관’이 있는 마을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02/05 13:50
조회수272

 

 

 높이 26m, 전체둘레 13m. 나이 최소 800살 추정,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10호. 남구 칠석동 옻돌마을 앞에 있는 ‘할머니 당산 은행나무’의 기본 프로필이다. 죽령산 아래의 평야지대에 있는 칠석동은 풍수지리상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라 한다. 사나운 소가 뛰어다니면 농사를 망치므로, 고삐를 메워두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1월 중순 무렵의 은행나무는 노란 잎을 다 떨구어 버리고 나목(裸木)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묵직한 밑둥, 갈라져 뻗은 줄기만큼은 온전했다. 은행나무 보호대 일원에 주민들이 걸어둔 하얀 소원문 일부가 바람에 흩날릴지언정. 칠석동을 지켜주는 은행나무와 고싸움놀이 테마파크, 칠석 제2저수지를 거니는 ‘작은 여행’을 다녀왔다.


 키즈카페 못지않은 고싸움놀이테마파크

 볏짚을 모아 만든 ‘고몸통’ 위에 두 사람이 올라가 힘을 겨룬다. 언뜻 보면 용의 형상 같기도 하다. 고싸움놀이테마파크 2층 전시관에 자리한 ‘고싸움’ 모형물을 본 5살난 아이가 묻는다. “아저씨가 왜 싸우는 거에요?” ‘잘’ 대답해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둘러봐야 했다.

 ‘고싸움놀이(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33호)’는 정월 대보름 전후에 행해지는 칠석동의 대표적인 전통 세시풍속이다. 남자를 상징하는 동부와 여자를 상징하는 서부의 두 패로 갈라져서 싸움을 벌인다. 마을 주민들은 여자를 상징하는 서부가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고싸움놀이테마파크’는 이러한 ‘고싸움놀이’의 모든 정보를 담은 장소라 할 수 있다. 곳곳에 고싸움놀이의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고 제작과정은 물론 고싸움놀이 기능을 보유했던 이들의 연혁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장구와 북, 소고, 징에는 눈길이 한참 동안 머물렀다.

 테마파크 1층에 도입한 VR(가상현실)체험관과 4D영상관에서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었다. 고싸움놀이 유래에 등장하는 당산할머니와 와우상(가축신)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캐릭터로 변화시켜, 생동감과 친근함을 더했다. VR체험을 안내한 남구청 직원 전명주씨는 “고싸움놀이에 관한 이해는 물론 전통놀이 문화에대한 이해도 높일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고싸움 놀이가 가진 생명력의 원천을 함께 공감했으면 한다” 고설명을 보탰다.

800살 먹은 은행나무의 위용

 고싸움놀이테마파크를 나오면 뒤편으로 정자가 보인다. 부용정이다. 향약의 집회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광주출신 선비 부용 김문발(1359~1418) 선생이 건립한 곳이다. 그는 전라감사와 황해도 관찰사 등 관직을 역임했으나 관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낙향, 부용정을 중심으로 평생을 초야에 묻혀 살았다고 한다. 사방이 뚫린 정자 위에 적힌 시를 바라보며 풍속교화(風俗敎化)의 꿈을 꿨을 이들을 생각했다. (부용정 뒤로는 신축하는 ‘고싸움전수관’이 보이는데, 5월 개관을 목표로 건립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자를 뒤로 하고 칠석마을을 지켜주는 ‘할머니 당산은행나무’ 앞에 섰다. 위용이 당당했다. 풍기는 기운도 범상치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고싸움놀이가 열리는 전날(음력 1월 14일 밤), 나무 앞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여기에 더해 소원을 적어 걸어두는 행사도 한다. 한지에 소원을 적어 나무 보호대에 걸어 뒀다가 고싸움놀이 축제때 열리는 달집태우기 행사 때 불로 태우는 것. 어느덧 고싸움놀이에 빠져 들어서 그런가. 신격화된 나무를 중심으로 마을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던 조상들의 바람을 헤아리게 됐다.


 은행나무 주변에 위치한 ‘고싸움전수관칠석제 녹색나눔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림청 공모사업비로 꾸며진 녹색 숲 안에는 휴식용 의자와 전망 데크, 황소 조각상 등이 보였다. 인적이 드물고 한적했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니, 칠석 제2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저수지는 겨울나무의 자태를 수면에 찍어냈다. 꽃도 잎도 열매도 떨군 겨울 풍경은 평화로웠다.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칠석마을은 현재 819번 지방도로를 경계로 농지와 택지가 분리되고 있다. 북쪽은 죽령산에서 이어져 주변지역보다는 약간 높은 구릉으로 되어 있고, 남쪽과 서쪽은 낮은 평야지대로 논농사를 하고 있다. 번지르한 건물 하나 보이지 않는 동네라고 무시할 수 없다. ‘고싸움놀이’
라는 정체성을 안은 칠석동은 과거와 현재가 응축돼 또다른 미래를 꿈꾸는 곳이었다. 몸과 마음이 경직되기 쉬운 겨울, 반나절 코스로도 훌쩍 떠나기 좋은 ‘고싸움놀이 테마파크’로 떠나보자. 또 하나의 광주 속살을 발견할 수도.

​이소영 작가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