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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흉내낼 수 없는 맛, 갈치조림 전문점

[요리에 오롯이 자연을 담아내다]

흉내낼 수 없는 맛, 갈치조림 전문점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02/07 09:54
조회수166

 

 ‘맛있는 녀석들’, ‘수요 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등은 요즘 인기 있는 먹방 프로그램이다. 먹을 게 넘치는 시대에 왜 텔레비전만 틀면 요리 프로그램이 나올까?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정작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거나 분식집에서 혼밥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배고픔을 채우기보다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내가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사람을 그리워하는 행위가 아닐까.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바른길을 알려면 광주에서 담양 가는 길목에 있는 ‘한백년(대표 최선희)’으로 가면 된다.


‘특허받은 양념’으로 끓인 갈치 조림

 한백년 식당의 대표 음식은 갈치 조림이다. 제주도에서 살아있는 은갈치를 그대로 공수해 온다. 냉동을 쓰지않는 이유는 냉동식품을 먹으면 없던 병도 생긴다는 주인의 철학 때문이다.

 갈치보다 더 큰 재료는 ‘특허받은 양념’에 있다. 국물맛을 내기 위해 40가지가 넘는 재료로 만든 육수를 오랫동안 끓여 양념장을 만든다고 한다. 거기에다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맛을 내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난다. 그 국물에 잡곡밥과 두툼한 갈치살을 얹어 먹으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속을 토닥이듯 편안해진다. 먹어도 먹어도 짜거나 물리지 않아 자꾸만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이 양념은 ‘생선조림용 소스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제게 양념은 자식 같은 존재예요. 양념 하나를 위해 수없이 만들고, 버리고, 만들고, 버리고 했습니다. 우리집은 그렇게 노력해서 얻은 양념장으로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특허를 받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양념에 대한 주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런 뚝심으로 일곡지구에서 20여년 동안 장사를 했고, 북구로 옮겨 온 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양념의 비법을 알기위해 방문했었다고 한다. 그들은 양념은 흉내 낼 수는 있으나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다고 한다. 양념장에 들어가는 재료뿐만 아니라 이 집의 고추장을 넣어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모든 요리는 육수에서 시작해 육수로 끝난다

 “모든 요리는 육수에서 시작해 육수로 끝나야 한다. 20가지 재료로 국물맛을 낸다면 20가지가 항상 들어간다.
거기에서 한 가지쯤 안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그다음에는 또 한 가지를 빼게 된다. 그러면 부족한 맛을 내기 위해 인공 양념을 써야 한다. 그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이 말은 친정어머니가 주인에게 늘 했던 말이란다. 친정어머니는 순천에서 한식업을 하셨고, 발효 식초의 대가였다고 한다. 식당 뒷마당에는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배운 방법으로 담근 간장, 고추장, 된장, 발효 식초 등의 항아리가 즐비하다. 저장 창고까지 따로 둘 정도다.

​ 특히 외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시간장’으로 빚은 간장으로는 밑반찬의 간을 맞춘다. 갈치 조림과 곁들여 나온 밑반찬인 고추 장아찌, 표고버섯, 죽순나물, 시금치 등을 무치거나 조릴 때 꼭 이 간장을 쓴다. 양념보다는 식재료의 고유한 맛을 살리면서도 간도 딱 맞다. 특히 간장으로 절인 고추 장아찌는 아삭하면서 식감이 뛰어나고, 깻잎장아찌를 먹으면 입안에 향이 가득 퍼진다.


‘사람’을 위해 고집스레 자연을 담다

 음식의 주체는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먹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주인의 고집이다. ‘언덕은 내려다봐도 사람은 내려다보면 안 된다’라는 가훈처럼 이 집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자신을 믿고 찾아주는 단골을 위해서는 바른 먹거리로 대접해야 한단다. 생물 갈치를 고르고, 양념을 만들고, 밑반찬이 되는 재료를 기르고, 식초 하나를 써도 ‘직접’ 만들어 쓴다. 잡곡밥을 지을 때도 영양분의 흡수와 소화를 돕기 위해 불린 쌀에 식초를 뿌린다고 한다.

 가게 안에는 갈치 양념 외에도 ‘천연 발효식품 제조방법’ 등 특허받은 품목이 7개나 된다. 수십 가지 과일과 잡곡을 식초에 절인 효소 겔, 전통방식 그대로 발효 숙성시킨 뫼야초(산야초), 석류 발효초 등. 보통 10년 이상이 된것들은 주인이 단골들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자, 성실한 삶의 기록이다. 이것들은 온라인 판매도 한다.

 음식은 주인의 말이다. 음식을 통해 주인은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고집스레 이어온 ‘한백년’ 이야기를 한다. 쉽게 가라는 말, 다른 음식을 하면 더 장사가 될 거라는 말 등은 그냥 흘려버렸다. 오롯이 바른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누룩을 빚어 막걸리를 만들고 식초를 만들어 자연을 담았다. 그러는 동안 2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주인은 그 이야기를 갈치 조림으로 대신한다. 한백년 식당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바른길을 알고 싶다면, 식초에 절인 톳의 알알이 살아있는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한백년 식당으로 가면 된다.

김해숙 소설가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