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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반상(飯床)으로 차린 남도의 맛 일품 한식과 클래식 어우러지는 맛도 독특

[‘탕’이 맛있는 한식당 ‘여간좋은날’]

반상(飯床)으로 차린 남도의 맛 일품 한식과 클래식 어우러지는 맛도 독특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03/09 13:53
조회수141

 

 

 미국의 요리사이자 강사인 사민 노스랏은 음식을 재즈로 비유했다. 최고의 음악가는 정해진 규칙을 다듬거나 규칙에서 벗어나도 큰 어려움 없이 곡을 즉흥적으로 연주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전에 음악의 기본 규칙을 배웠고, 그 규칙과 친밀해지는 단계를 거쳤다고 한다. 기본기가 탄탄해야 즉흥적인 연주가 가능한 셈이다. 한식의 이미지를 새롭게 연출한 식당 ‘여간좋은날(대표 이설)’은
음식을 연주하는 최고의 음악가이다. 소박하고 정갈한 남도의 맛을 살려 시대에 맞게 음식 문화를 바꿨기 때문이다.

 

반상(飯床)으로 차린 남도의 맛
 이 집의 대표 음식은 대구탕, 알탕, 꼬막 비빔밥, 상추튀김이다. 대구탕의 시원한 맛과 알탕의 얼큰한 맛, 꼬막비빔밥의 쫄깃쫄깃한 맛을 내기 위해 거의 모든 양념과 밑반찬의 재료를 남도의 것을 썼다. 광주의 대표 음식인 상추 튀김은 탕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주요리에 곁들인 반찬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요리에 가깝다. 작은 도자기 안에 계란찜이나 튀김, 나물, 과일 등을 담았
다. 계절의 맛을 살리면서 주요리를 돋보이게 하려고 최소한의 간만 했다고 한다.


 “우리 집 주요리는 탕입니다. 탕에는 많은 반찬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탕 맛을 살리면서 영양소도 채울 수 있도록 골고루 준비했습니다.”


 정갈한 음식은 반상으로 나오는 게 특이하다. 이는 식사하는 사람과 사람의 개별성을 인정한 작품이다. 개인반상에, 개인 접시를 씀으로써 음식을 먹는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고 편안히 먹을 수 있도록 구상했다. 특히 직장인들을 위해 연구하다 반상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거래처나 상사랑 식사하는 게 어렵잖아요. 먹고 싶어도 잘 못 먹고. 그런 분들을 생각했죠. 요즘은 개인위생도 중요한 시대니까 고민하다 개인 접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그릇들은 이천 도자기입니다. 우리 집에는 플라스틱 그릇이 하나도 없습니다.”


 청아한 도자기에 담긴 음식을 먹다 보니 숟가락과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혀 아름다운 곡조가 된다. 게다가 화려하지 않지만 맛깔스럽게 차린 음식을 먹으니 ‘품격’이어 달였다. 짙은 갈색의 물은 구수하고 달곰하다. 물이 아니라 한방차를 마시는 느낌이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서 내놓는데, 이 물맛 때문에 일부러 찾는 단골도 있다고 한다.


 여백의 미로 살린 공간의 맛

 “저는 이곳을 단순히 식당이라는 개념보다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었어요. 작은 모임을 하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오래도록 포근한 곳으로 기억에 남는 곳이 어떤 곳일까 고민했죠.”


 주인은 식당의 개념보다는 확장해서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어 했다. 소중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 그렇게 만들기 위해 공간의 70퍼센트만 썼다. 나머지 30퍼센트는 여백으로 남겨 두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공간을 비워 두어야 마음껏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간의 여백은 클래식이 대신 채운다. 음악을 들으며 밥을 먹는 내내 여유롭고 편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식당업을 오래 한 주인의 ‘경험’과 새로움을 찾아다니는 ‘배움’으로 만들어졌다. 주인은 지금도 더 좋은 음식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부 중이라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단순히 한 끼를 채우려고 식당에 가지 않는다. 음식의 문화가 바뀌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공간을 활용한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 품격 있는 식사를 하길 원한다. ‘여간좋은날’은 고택의 정갈한 맛과 카페의 산뜻한 맛이 만나 온전한 한 상이 되는 집이다.


 ‘여간좋은날’에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올바른 먹거리와 바른 요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먹었으니 최고의 음악을 들은 것처럼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김해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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