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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광주의 ‘오월 길’을 따라 걷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광주의 ‘오월 길’을 따라 걷다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05/26 13:36
조회수191

 

 “…오월은 고개를 숙여 잊혀진 것들을 노래하는 달./ 햇무리, 달무리, 별무리속의 숨결이거나/ 숨결 속에 사는 오월의 죽음까지,/ 우리들 부모 허리 굽혀 지켰던 논밭의 씨앗까지.…(중략) 오월은 일으켜 세우는 달/ 오월은 노래하는 달/ 오월은 껴안는 달/ 광주에서 세상 끝까지/ 땅
에서 하늘 끝까지.” (조태일 시 <다시 오월에> 중에서)


 다시 오월이다. 1980년 5월, ‘그날’로부터 꼭 마흔번째 오월을 맞았다.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한 광주시 동구 금남로 일대와 시내 곳곳에 5·18과 관련된 26개 사적지가 산재해있다. ‘오월길’은 5·18 역사의 현장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도보길로,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이던 2010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크게 ▲5·18민주화운동의 열망이 담긴 사적지를 찾아가는 ‘오월 인권길’ ▲오월광장에서 뜨겁게 타올랐던 시민들의 발자취를 발견하는 ‘오월 민중길’ ▲오월정신의 역사와 교감하는 ‘오월 의향길’ ▲광주의 오월문화·예술을 만나는 ‘오월 예술길’ ▲오월정신을 따라 새로운 여정을 만나는 ‘오월 남도길’ 등 5개 테마 18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오월인권길’은 5개 코스(횃불코스·희생코스·광장코스·열정코스·영혼코스)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오월인권길’ 횃불코스를 따라 걸어보며 5·18 역사 속으로 들어가본다.

​1980년 5월 그날의 ‘함성’ 속으로


‘오월인권길’ 횃불코스는 전남대 정문(사적 1호)부터 광주역 광장~시외버스 공용터미널 옛터~5·18 최초 발포지(계림동)~녹두서점 옛터~광주 YWCA 옛터~5·18기록관(옛 카톨릭 센터)~옛 상무관을 거쳐 5·18 민주광장과 옛 전남도청까지이다. 총거리는 6.7㎞(소요시간 1시간 50분).


 옛 전남도청과 5·18 민주광장(사적 5-1호)에서 첫 걸음을 뗀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역사적 공간이다. 옛 전남도청은 시민군 항쟁본부가 있던곳이고, 시민군의 최후 항전지였다.


 “…우리가 비록 저들의 총탄에 죽어 저승에 갈지라도 우리들의 넋은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선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건 결코 광주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역사가 병들었을 때 누군가가 역사를 위해 십자가를 져야만 생명으로 부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광주출신 이정국 감독이 1991년에 연출한 5·18영화 <부활의 노래>에서 5월 27일 새벽, 주인공 태일(이경영분)이 진압군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까지 남은 시민군들에게 비장하게 말한다. ‘그날’ 그들과 최후를 함께 하지 못했다는 ‘살아남은 자들’의 죄책감은 군사정권의
탄압 아래에서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처럼 ‘진실’과 ‘정의’를 향한 투쟁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옛 전남도청 별관 앞에는 5·18 진행과정을 짧은 글과 자료사진으로 보여주는 전시물이 세워져 있다. ‘민주화의 횃불’로 시작해 ‘학살이 시작되다’→‘본격적인 저항이 시작되다’→‘광주, 해방의 빛으로’→‘생명의 공동체 광주’→‘탱크와 총에 짓밟힌 광주’→‘빛으로 잠든 광주’ 등 7
개 테마로 나눠 항쟁을 한 눈에 알 수 있게끔 보여준다.


 도청 본관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이곳에서는’이라는 제목을 달고 당시 사진과 현재 사진을 비교해 보여준다. 옛 도청 본관과 도청 회의실(민원실) 건물은 5·18사적지이면서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깊은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관공서 설계와 시공을 독점하던 시절에 한국인 건축가 김순하가 설계와 시공 과정에 참여해 완성했기 때문이다.


 옛 도청 회의실(민원실) 앞에 선 독일 가문비나무와 방크스소나무 잎이 짙푸르다. 광장 경계에 세워진 ‘5·18민중항쟁 알림탑’에는 시신을 안고 있는 어머니와 총을 든 청년상이 부조로 만들어져 있다. 알림탑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여기 그날의 아우성 낭자한 항쟁의 광장에 피먹고 자란 5·18 자유의 나무 영원히 푸르도록 그날의 기상속에 민주통일의 꿈과 희망을 심어 후대의 역사속에 길이길이 전하고자 한다.”


 옛 도청과 ‘전일빌딩 245’, 5·18기록관 ‘기억’의 연계

 

 시원하게 물을 뿜어 올리는 5·18 민주광장 분수대를 지나 옛 상무관(사적지 5-3호)으로 향한다. 한 어르신이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5·18 당시 시내곳곳에서 진압군의 폭력에 산화한 시민들의 시신이 안치됐던 가슴아픈 장소이다. 이곳에 모셔져 있던 시신들은
5월 29일 청소차에 실려 망월동 시립묘지로 옮겨져 매장됐다. 안내판에 당시 청소차에 시신을 옮겨 싣는 사진이 부착돼 있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시민의 고난을 지켜봤던 ‘5·18시계탑’ 역시 수난을 겪었다. 1980년대 중반, 신군부는 ‘시계탑은 알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후 시계탑을 농성광장으로 옮겨버렸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2015년 1월에야 제자리에 복원될 수 있었다.


 5·18 참상을 처음 보도한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2016년 작고)는 ‘시계탑’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시계탑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계속 전승되어야 한다. 시계탑은 자유의 기념물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시작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금남로 입구에 자리한 ‘전일빌딩 245’는 신군부가 부인하는 ‘헬기사격’의 탄흔을 간직하고 있는 의미 깊은 공간이다. 건물 명칭은 도로명 주소와 탄흔 개수를 의미한다.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의 2016~2017년 조사결과 245개의 탄흔이 확인됐고, 추가 조사에서 25개 탄흔이 발견됐다.)

9~10층 5·18 전시공간에서 ‘헬기사격’을 입증하는 실제 탄흔을 직접 볼 수 있다. 외벽에도 탄흔이 남아있는데 눈에 잘 띄도록 오렌지색 동그라미로 표시를 해두었다.


 당초 ‘전일빌딩 245’는 4월초에 개관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잠정 연기한 상태이다.


 YMCA와 옛 YWCA 또한 5·18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당시에 YMCA(사적 5-4호)는 항쟁지도부가 옥내집회를 열고, 시민군에게 총기훈련을 실시하던 곳이고, YWCA(사적 6호)는 민주인사들이 대책회의를 가졌던 곳이면서 투사회보(민주시민회보)를 제작하던 곳이다.


 금남로 3가에 자리한 옛 카톨릭 센터는 2015년 5월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으로 변모했다. 1층 입구에 당시 계엄군의 총탄에 구멍이 난 대형 유리창이 전시돼 있다. 상설전시실에 계엄군의 집단 발포 등 당시 5·18을 실감나게 재연해 보여준다. 신군부가 사전검열을 하며김준태 시인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시를 붉은 펜으로 삭제한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전남매일(광주일보 전신) 1980년 6월 2일자 1면 대장을 비롯해 ‘님을 위한 행진곡’ 악보, 기자 수첩, 시민과 초등학생이 쓴 일기장 등 다양한 관련 전시물을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 19’ 여파로 임시 휴관중이다.


 장동 로터리 인근에 자리한 ‘녹두서점 옛터’는 사적 8호로 지정돼 있다. 유신체제에서 민주청년들이 시국토론을 벌이던 사랑방 역할을 했고, 5·18 당시에도 학생들이 궐기대회를 준비하고 대책을 논의한 곳이다. ‘녹두서점’을 운영했던 김상윤·정현애 부부와 남동생 김상집 씨는
지난 2019년 4월에 1980년 5월 당시 겪었던 이야기를 담은 책 <녹두서점의 오월-80년 광주, 항쟁의 기억>을 펴냈다. 옛 광주MBC 옛터(사적 7호) 표지석은 광주폴리 작품인 ‘서원문 제등’(독일 플로리안 베이겔 작) 안에 설치돼 있다.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한 ‘오월길’ 횃불코스는 5·18의 상징적인 공간을 대부분 품고 있다. ‘전일빌딩 245’가 개관을 하게 되면 도청과 광장,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으로 이어지며 5·18 콘텐츠가 더욱 탄탄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오월길’을 따
라 걸어보며 40년전 오월을 ‘기억’하고 민주와 인권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자.


 한편 5·18기념재단은 사전신청을 받아 ‘오월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옛 전남도청 등 금남로 주변사적지 5개 코스를 운영한다. 오월길 안내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사적지를 돌아보고, 법정·영창 체험과 주먹밥 체험도 할 수 있다.(문의 5·18기념재단 062-360-0532)

‘오월길’ 5개 테마와 세부코스는 홈페이지(518road.518.org)에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지도와 가이드북 PDF 파일도 다운받을 수 있다. 각 사적지 앞에 설치된 ‘오월길’ 안내판 하단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설명문을 읽을 수 있다.

 

​송기동 광주일보 문화2부장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