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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문화의 향기를 품은 숲, 중외공원

[빛고을 한바꾸]

문화의 향기를 품은 숲, 중외공원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11/10 14:26
조회수127

 

 

 가을 하늘이 무장무장 높아만 간다.

 나무와 숲들도 잎들과 이별하기 전 애써 새로 옷을 갈아입느라 바쁘다. 손으로 쿡 찌르면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질 것 같은 짙푸른 하늘. 떠가는 구름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길어져가는 역병에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집과 가까운숲, 중외공원을 찾아간다. 멀리 갈 부담을 내려놓고, 물한 병 챙겨 나섰다. 가벼운 걸음이 절로 답답했던 숨길을 터준다.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만나게되는 ‘광주의 얼굴’이 중외공원이다. 광주의 관문이기도 한 이곳에 설치된 무지개다리는,
비엔날레 상징물로서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던 해에 설치된 또 다른 볼거리이다.


 운암동과 용봉동을 이어주는 중외공원은 국립광주박물관이 자리한 매곡동과 양산동을 끼고 있는 광주의 중요한 녹지축이다. 무등산 한 자락인 삼각산과 한새봉, 매곡산, 운암산이 영산강과 조우하며 생생한 자연의 훈기를 전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 열섬화를 불러오는 도시에 숨통이 되고, 시원한 바람길이 되고 있는 공간들이 홀대받고 외면되어서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 할수 없다.


 이곳은 시민들의 삶터 가까이 있는 근린공원. 잃어버린 생태적인 관계망을 회복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또 한편으로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도 훌륭한 현장교과서이기도 하다.

국립광주박물관 앞 목백합나무에도 시나브로 물들어 오는 가을빛이 곱다.

​용봉초록습지 용봉제. 광주역사민속박물관 아래쪽에서 퐁퐁 솟아나는 귀한 샘물을 만날 수 있다.


제 철을 아는 아름드리 나무 밑에서 만나는 여유


 도심 안에 갇혀버린 숲이어도 나무와 풀들은 자연스럽게 제 철을 안다. 제 철을 잊어버리고 사는 도시인들에게 철을 일러주는 숲과 나무는 철부지가 아닌 존재로 살게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제 때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피어날 때, 피고, 질 때는 질 줄
아는 이치를 이 숲에 와서 생각한다. 이른 봄 매화의 개화부터 시작하는 중외공원은, 그런 생생력을 느끼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새잎 내고, 제 때에 늦지 않게 피어날 때를 꼭 맞춰서 꽃피우고, 제때에 맞춰서 단풍지고…


 일찍 잎들과 전별식을 치른 벚나무는 내년에 낼 잎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봄이 오면 겨울을 잘 견딘 보송보송한 잎들이 시나브로 돋아나와, 이 숲을 찾는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연두색 물감을 풀어놓을 것이다. 중외공원은 넉넉한 숲이 있는 근린공원이다. 회색빛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작은 숲 속에 들어와 생기를 찾는다. 어떤 이들은 상처 입은 마음을 쓸어내리며 안겼다 가기도 할 것이다.


 가슴 속의 탁한 숨을 부려놓고 싱싱한 나무의 숨결로 바꿔도 갈 것이다. 숲은 여위고 시들었던 젖가슴을 풀어 목마른 생명들을 부활시키기도 할 것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고 있는 숲은, 사람이 감히 짐작도 못할 경계, 그 전환의 지점을 넘어간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마른 잎사귀가 조용한 숲을 깨운다.

​시립미술관 쪽 잔디밭. 눈부신 가을볕 아래 나누는 담소가 더 환하다.

시립미술관 쪽 잔디밭. 눈부신 가을볕 아래 나누는 담소가 더 환하다.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를 경쾌하게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힘차다. 

 

도시 안의 생물들의 작은 안식처 용봉제와 운암제


 비엔날레 쪽의 용봉제와 호남고속도로 서광주IC 아래쪽으로 운암제가 있다. 두 곳 다, 도시화로 마을이 아파트숲이 되기 전엔 목마른 농토를 적셔주던 훌륭한 저수지였다. 큰 도로와 건물들로 물길이 끊기고 도시화로 기능이 변하였어도, 귀한 생명의 곳간으로 아낌없는 나눔은 그 끝이 없다.


 용봉초록습지 용봉제는, 광주역사민속박물관 아래쪽에서 샘물이 솟아나온다. 그 샘물이 있어 도심인데도 맑은 물을 유지할 수 있단다. 물자라, 청개구리, 물방개, 소금쟁이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나비들과 곤충들이 살고 있다. 철따라 찾아오는왜가리, 청둥오리, 논병아리, 물오리, 제비, 원앙이 등 각종 새들도 목을 축이고 가는 도시 비오톱(다양한 생물종의 공동서식 장소)이다. 연꽃이 아름다운 운암제도 마찬가지로 소중한 도시 습지로 짱짱하게 살아 있다.


 물가 주변으로 자란 억새와 버드나무들이 또 다른 자연의 흥취를 전해준다.

올해 8월 15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전시되는 광주시립미술관 특별전 ‘별이 된 사람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5·18정신의 예술적 재조명을 통해 5월 정신의 동시대성을 한 자리에서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광주의 관문, 문화 소통 벨트


 중외공원은 1981년 8월, 71만 평의 규모로 광주의 관문에 만들어졌다. 도시를 관통하는 고속도로와 급격한 도시화에 이어지는 각종 사업들이 녹지의 맥을 끊고 무력화시키는 중이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조성된 중외공원은 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광주비엔날레전시장과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광주문화예술회관 등 수많은 문화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어린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들이 즐겨 찾는다.


 코로나19로 잠시 닫았던 아쉬움들이 조금 완화가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중외공원에도 미술관과 박물관에도 조심스럽게 찾아온 시민들의 발길이 늘었다. 수확의 계절 가을 들어, 감동이 함께하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획전과 체험이 차고 넘친다.


 광주아시아문화전당권과 함께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시설들이 집중돼 있는 문화벨트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중외공원은 운암동, 용봉동, 매곡동과 양산동을 이어주는 소통의 길이기도 하다. 용봉제가 있는 용봉동 비엔날레 정문을 지나 공원길을 걸어 문화예술회관과 무지개다리를 건너 운암제가 있는 운암동으로도 갈 수 있다. 매곡동 광주국립박물관으로 가는 징검돌이 되는 중외공원은 녹지를 기반으로 한 사통팔달의 공간. 녹지의 편안함이 문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특별함까지 갖춘 광주의 보물 같은 공원이다.


 시립미술관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너 운암제 위쪽에, 활터 무등정이 자리하고 있다. 사대에 서서 팽팽하게 활시위를 당겨 과녁을 적중하는 소리가 힘을 북돋는다. 반구제기(反求諸己), 정심정기(正心正己) 사대 앞에 쓰인 사자성어가 흐트러진 매무새를 바로잡게 한다.

​사진·글 | 김경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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