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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갈치조림 전문 ‘효정’

[이야기가 있는 광주 맛집]

갈치조림 전문 ‘효정’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1/01/25 10:01
조회수63

 

남광주시장표 최상의 ‘생물갈치’로만 조림
친절과 맛 강조 ‘고집 센 부엌’ 소문에 인기

​ 광주엔 갈치나 병어, 고등어조림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림전문 식당이 많다. 지역 특성상 산지에서 난 싱싱한 생선과 푸짐하고 풍성한 야채나 양념들의 조달이 쉽고, 거기에 타고난 음식DNA를 가진 지역이라서 누구나 도전하고 즐기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렇다고 모두 다 맛있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 남도 어머니들의 손맛은 높낮이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해서 어느 식당의 조림이나 대체로 입을 만족시킨다.


 그러나 무림에도 고수는 있는 법. 그 많고 많은 선수들이 한 칼 하는 ‘생선조림계’에 신흥 강자가 있다. 광주시 북구 운암동 벽산블루밍과 대자초등학교 사이 골목길에 가면 ‘효정’이라는 맛집이 있다. 2016년에 문을 열었으니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결코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상당한 내공을 지닌 쥔장의 음식솜씨와 철학으로 이 집은 생선조림계에 떠오르는 강자다.


 이 식당의 주특기는 조림이다. 구이도 있지만 손님들이 즐겨 찾는 대표음식은 역시 조림. 조림류는 가장 대중적인 갈치와 병어, 고등어조림만 취급한다. 그 중에서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은 갈치조림. 생선조림과 구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효정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최적의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조림마니아들 사이에선 꽤 유명하다.


 효정의 강점은 우선 재료. 하수(?) 실력자들이 수입산 냉동 갈치로 겨우 흉내만 내는 것과 달리 이곳의 갈치는 모두 국내산만 쓴다. 조림에 들어가는 두툼한 갈치는 모두 주인 김효영씨(45)가 매일 새벽 남광주시장을 찾아가 직접 골라 가져오는 국내산 생물이다. 조림에는 냉동하지 않은 국내산만 쓴다는 김 씨의 철학이 오늘의 효정을 만들었다. 김씨는 “한 때 생물이 귀해 구이에 한해서 급
랭갈치를 써 봤지만 생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가격도 비싸지만 역시 맛은 좋은 재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는 고집스런 답이다.


 또 다른 맛의 비결은 신선한 재료들. 전라도 조림 음식에는 여러 가지 재료들을 사용하는 데 효정의 갈치조림에는 국산 고구마대를 고집한다. 수입산보다 배는 비싸도 국산만 고집하는 것은 맛이 다르기 때문. 통통한 고구마대가 양념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맛은 가히 일품이다. 짜지 않고 재료 싱싱하니 입에 들어가는 순간 거의 사르르 녹는 수준의 조림 맛에 손님들은 모두 뒤로 넘어진다.
반찬도 수준급이다. 이 식당 반찬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채소류들은 김 씨의 친정인 함평에서 부모님이 직접 기르는 것들이다. 믿을만한 좋은 재료를 쓰다 보니 화려하지 않아도 집밥 반찬의 향이 흐른다. 음식 맛의 절반은 재료가 결정한다는 김 씨 생각이 곳곳에서 빛을 낸다.


 좋은 재료 말고도 강점이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식당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김효영 씨지만 자리를 잡게 된 배경에는 특유의 손님맞이 철학도 한 몫 했다. 손님을 맞을 때부터 항상 예를 다하고 밝은 표정으로 대하는 태도때문에 단골들이 많다. 김 씨는 식당 초기 조리도 하고 손님도 맞으면서 느낀 게 “음식 못지않게 손님응대도 중요하구나. 식당주인이 손에 음식 묻히고 손님 맞는 건 아
니구나”하는 걸 깨닫고 주방출입을 줄였다. 대신 솜씨 좋은 직원을 구하고 응대에 최선을 다했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 김 씨의 이력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히 타고난 음식 잘 만드는 유전자를 타고난 듯한 데 대학에선 건축학을 공부했단다. 김씨는 “이렇게 식당할 줄은 몰랐다. 얼떨결에 건축학과를 가서 대학마치고 관련 회사에 근무하다 결혼했죠. 그런데 정작 애들 키우고 세상에 나오려니 할 게 없었다”며 “그 때 불현 듯 음식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그에게 음식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하며 도시락 싸는 등 ‘음식 만들기’가 맘에 들어 밥해주러 올라오신 할머니보다 더 부엌과 친했다. 시집가서는 9남매 집안의 막내며느리로 대가족 음식만들기를 통해 모두 어른뿐인 집안 식구들과 함께 하며 배운 것들이 모두 그의 자양분이었던 셈이다.


 그런 타고난 눈썰미와 생각들이 더해져 오늘의 생선조림전문 효정을 일군 셈이다. 효정 식당은 원래 다른 사람이 하던 것이었는데 매물로 나오자마자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단다. 친절과 정성으로 무장한 덕에 주변단골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는 김 씨는 “나는 식당을 통해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나 행복하다”며 고객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씨는 이 식당을 확장하거나 옮기지 않고 지금 이대로 이어갈 생각이다. 욕심 대신 1년 후에 와도 메뉴가 그대로인, 항상 집같이, 마치 할머니가 준비한 식단이 나오는 따뜻한 식당으로 가꿔나갈 생각이다. 그래서 반찬메뉴도 거의 비슷하게 유지한다. 김씨는 최근 다양한 음식에 도전해보고 싶어 쌍촌동에 닭요리전문점을 냈고 묵은지 조달 사업, 온라인과의 접목 등도 검토하고 있지만 그의 애정은 이곳 효정이 으뜸이다.


 “음식 장사는 비법이 없다. 비법이라면 오직 좋은 재료와 정성 뿐”이라는 김효영 씨의 철학이 담긴 갈치조림 한상에 겨울 추위를 녹여보면 어떨까?

​글 김옥열 자유기고가
사진 오종찬 사진작가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