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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두 바퀴로 달려 온 50년!

[[오래된 가게]화신자지건]

두 바퀴로 달려 온 50년!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1/07/20 15:35
조회수80

 

 

5만원 들고 1970년 자전차포 설립 지금까지 ‘외길 인생’
기술과 친절로 승부 … 자녀, 직원들까지 분점 운영 ‘一家

 

 우리나라에 자전거가 언제 들어왔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다고 한다. 20세기를 전후하여 들어왔을 거로 추측하기도 하고, 서양의 선교사가 타고 온 거라는 설도 있다. 또 1896년에 서재필 박사가 처음으로 탔다는 기록이 전해지지만, 이것도 정확하지 않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 자전거는 교통수단으로 인기가 많았다. 1970년에 광주에서 자전거 점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50여 년이 넘는 동안 자전거로 일가(一家)를 이룬 곳이 있다. 김유귀 씨(77세)가 운영하는 ‘화신 자전거’이다.

 

 전남 장흥이 고향인 그는 1960년대 중반 군대에 가기전에 광주 계림동 전자통신학원에서 전기를 배웠다. 군대를 제대한 후 전기 사업을 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가뭄이 심했던 해에 집에 불이 나서 생활이 어려워졌다. 제대 후에 우연히 친구가 대인광장 로터리 부근의 자전거 점포를 소개해 주었다. 돈을 벌어 전기공업사를 차리기 위해 선택했는데 그 일이 평생 하는 일이 되었다. “그때 전세 보증금이 5만 원이었어요. 4만 원이 전 재산이라서 1만 원은 벌어서 갚기로 하고 장사를 시작했죠. 제가 손재주가 좋아서 장사가 잘되었어요. 빚 1만 원도 갚고, 다음 해에는 벌어서 보증금을 올리고, 또 다음해에 벌어서 보증금을 올리고 그랬죠.”


 ‘화신’이라는 이름은 친척이 운영했던 점포에서 따왔다. 1960년대 충장로에 ‘화신 나사’라는 양복점이 있었다. 친척은 양복점 사업으로 돈을 이 벌었다. 업종을 변경하려고 할 때, 그가 ‘화신’이라는 이름을 쓰겠다고 해서 가져온 거란다. 1970년부터 북구 북동에서 시작해서 오랫동안 북구 제봉로 241번지에 있었다. 현재의 자리로는(북구 제봉로251) 2년 전에 왔다.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서비스였다. 펑크 하나를 때워도 자전거 전체를 청소해 주었다. 그랬더니 기술도 좋고 친절하다고 근방에 소문이 자자했다. 1973년 3단 기어 제품이 출시 되었을 때도 단골들이 많았다. 새로운 제품을 고칠 기술을 갖고 있어서 비싼 자전거를 수리해 사업도 번창했었다.


 1990년대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자전거 산업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 그는 묵묵히 자전거를 고치며 시대의 흐름을 읽었다. 자동차가 유행하고 10년이 지난 2000년도부터는 사람들이 건강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산악 자전거나 사이클 자전거 등의 수입 자전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전기 자전거가 들어왔는데 그전부터 전기에 대한 자격증을 따서 준비했다. 전기 기술이 있었던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은 시대의 흐름을 잘 알아야 해요. 세상은 변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기 마련이지요. 저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지만, 오랫동안 가게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한 덕분인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을 묻는 말에 그는 수줍게 웃었다. 장사하던 시기에는 다들 못사는 시대였다. 외상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기록하지 않아도 누가 외상을 했고,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기억해 놓았다. 몇 년전에 우연히 택시를 탔을 때 기사가 아는 체를 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중년이 된 남자는 자기가 학창시절에 자전거를 고치고 외상을 했는데 갚지 못했다고 했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으나 목소리는 기억할 수 있었다. 그날 그는 사과와 함께 택시비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여가 생활도 놓치지 않았다. ‘굴렁쇠싸이클회’ 회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활성화 운동이나 시민 활동도 했다. 건강도 챙기면서 환경도 지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의도였다. 또한, 자전거를 잘 아는 만큼 자전거를 올바르게 타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또 2011년부터 ‘광주에코바이크’라는 모임을 하면서 학교 밖 학생들에게도 자전거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을 보급하면서 성실한 학생들에게는 일할 기회도 부여했다. 이들 중에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된 사람도 있다. 힘들게 페달을 밟으며 이자리까지 왔기에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 ‘화신 자전거’는 본점 이외에도 4개의 분점이 있다. 2003년에는 아들이 상무점을 오픈했고, 그 후에는 딸이 수완점을 오픈했다. 신가점과 송정점은 직원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식들에게 늘 한결같이 이런 말을 한다. “반찬값만 번다는 생각으로 욕심부리지 말아라. 돈을 벌겠다고 하면 욕심을 부리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일할 때 는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라. 그러면 그 마음은 고
객들이 먼저 알아준다.”


 자전거를 잘 타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 하겠지만 안전규칙을 지키며 잘 타는 것, 무리하게 해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는 등 각자마다 기준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페달을 밟아온 50년과 자식 대가 이어갈 50년이 합해져 100년이 될 곳의 자전거를 고른다면 어떨까? 그것도 자전거를 올바르게 타는 법이 아닐까? 자전거를 타다 보면 바람을 가르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바람이 뺨을 스치면 저절로 미소짓게 된다. 화신 자전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바람을 가르는 듯한 상쾌하고 자연을 닮은 맛’이다.

 

글 김해숙 소설가
사진 오종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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