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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SINCE1965’의 바통을 이어 광주 시민의 건강을 지키다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공공심야약국, 백림약국 김철우 씨]

‘SINCE1965’의 바통을 이어 광주 시민의 건강을 지키다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1/08/20 09:59
조회수39

 

 

‘우리 백림약국에서 만나.’


 광주 사람들에게 백림약국은 약국이지만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1965년부터 한 자리에 있었으니 휴대전화가 없었던 시절에 만나기 좋은 장소였다. 또, 이곳은 담양으로 나가는 순환도로가 없었던 시절에 외부로 나가는 길이기도 하고, 들어오는 길이기도 했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국에서 약을 제조하다 보니 광주에서 가장 유명한 약국이었다.


 백림약국은 북구 필문대로 85에 있다. 처음 약국 문을 열 때는 지금 위치에서 바로 옆자리에 있었다. 백림약국의 4번째 주인인 김철우(40세) 씨는 2018년에 약국을 넘겨받고 뿌리를 찾아 나섰다. 유명한 곳이지만 주인이 몇 번 바뀌다 보니 변변한 기록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첫 번째 주인이 1965년 약국을 운영했고, 자신이 4번째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 앞에 하셨던 분은 20년 넘게 운영하셨어요. 그분이 연로하셔서 매물이 나왔는데 제가 알고 인수를 한 것이지요. 저는 유명한 약국의 뿌리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물어 설립 연도를 알게 되었지요.”


 약사 김철우 씨는 28세 때 처음으로 금호동 아파트 단지에서 약국을 열었다. 그때에도 늦은 시간까지 약국 문을 열어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주변 약국들이 일찍 문을 닫으니 응급 상황에서 많이 찾아가는 곳이었다. 그 뒤 창평으로 옮겼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백림약국은 현재 시청의 지원을 받아 금호 스타 약국과 함께 작년부터 ‘공공심야약국’으로 지정되었다. 아침 9시에 문을 열어 새벽 1시에 문을 닫는다. 저녁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심야약국으로 지원을 받는데 이 약국의 진가는 늦은 밤에 나타난다. 병원 문이 닫혀 응급 상황이 생기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 시간에 오시는 분들은 급한 분도 있으신데 대부분은 간단한 처치만 하면 나을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늦게까지 한다고 소문이 나니까 화순이나 담양에서도 찾아옵니다.”


 김철우 씨는 남들보다 하루를 길게 살지만, 광주 시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하지만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문을 여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신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심야약국으로 지정되기 이전에도 12시까지 운영했었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스스로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심야에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정된 심야약국은 할 일이 많다. 10시부터 1시까지 지원을 받기 때문에 환자 이름과 약의 종류 등의 기록도 꼼꼼하게 해야 한다. 여성건강, 피부 건강, 비타민 등 많이 찾는 약을 정리하는 일도 많다. 다른 약국들보다 운영 시간이 길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아 보였다. “제 개인적으로는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약국 운영상으로는 늦은 밤까지 하다 보니 약사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약국 때문에 건강해졌다는 말을 들으면 힘이 납니다.”


 심야약국의 장점은 약사의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응급약은 편의점에서도 팔지만, 전문 약사가 설명해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간단한 처치만으로도 응급실을 가지 않아도 된다. 응급실 이용의 복잡한 절차와 비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요일 저녁 시간이 가장 바쁘다는 김철우 씨는 밥을 먹을 때도 항상 손님들을 살핀다. 밥을 먹다가도 손님이 들어오면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바로 일어나 손님을 맞는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에 대한 올바른 약 복용법과 건강 상담도 해 준다.


 주변 상가들이 불이 꺼져 있어도 오래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심야약국은 어둠을 밝히는 존재이다. 시민들은 약국 앞을 지나가면서 안전하다고 느낀다. 김철우 씨는 24시간 약국을 꿈꾼다. 언제든지 환자들을 돕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아직은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산다. 8살, 7살 남매에게 아빠의 자리는 크지만, 가족들도 그의 신념을 잘 알기에 적극적으로 응원해 준다.


 백림약국을 검색하면 ‘24시간 언제든지 약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카카오톡에서 ‘지니 약사’를 검색하면 상담도 가능하다. 추석이나 명절에도 쉬지 않고 약국이 운영되니 도심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든든하다. 김소경의 수필 <약을 팔지 않는 약사>에는 머리가 아프다는 손님에게 약 대신 보리차를 꺼내 주며 마음을 치료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광주 사람들에게 백림약국은 약을 짓는 곳과 함께 보리차 같은 곳이다. 또 어릴 적 아플 때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의 손길 같은 곳이다. 약국 문이 열려 있는 동안 광주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김해숙 소설가
사진 오종찬 사진작가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