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빛고을한바꾸

쇠처럼 단단한 자부심 이제 아들이 이어요!

[[오래된 가게]송정대장간]

쇠처럼 단단한 자부심 이제 아들이 이어요!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07/03 13:30
조회수168

 

 

 풍속화에는 유독 대장간 모습이 많다. 농경 사회를 중심으로 발달한 우리 민족은 농기구를 중요시했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대장간은 친숙한 공간이었다. 지금은 값싼 중국산 농기구가 들어와 대장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송정리 5일 시장 내에 있는 ‘송정 대장간’은 여전히 분주하다.


 최춘식 씨는 14살 때 철물점을 운영하는 고모부의 권유로 대장간 일을 시작했다. 자신이 태어난 집 마당(월산동)에 천막을 쳐놓고 일을 배웠고, 19살 때 양동시장에서 처음으로 대장간 주인이 되었다. 그때는 종업원을 15명이나 둘 정도로 번성하던 시절이었다. 그다음에는 서방시장 등을 거쳐, 1980년에 송정리에 자리를 잡았다. 송정리 5일 시장 내, 현재 자리(광산구 송정동 884-1)로 옮겨 온 지는 15년이 되어간다.


 화덕에서 잘 달궈진 쇠는 모루에 놓고 구부리고 펴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농기구가 된다. 그는 손님의 취향과 자신의 비법으로 쇠를 주물럭거리며 요리한다. 그의 손에 닿으면 못 만드는 게 없을 정도이다. 쉼 없이 이어지는 쇠망치 소리는 그의 열정에 장단을 맞춘다. 아무리 현대화가 되어 기계화되었지만, 재단이나 연마는 오로지 대장장이의 몫이다. 그의 눈썰미와 감각으로 만들어진 농기구는 튼튼하고 품질이 좋아 화순이나 나주에서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저는 손님들한테 새것 사지 말라고 해요. 제가 만든 것은 오래 써도 잘 부러지지 않아요. 쓰다 고장 난 걸 갖고 오면 제가 새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몇천 원이면 가능한 걸 뭣 하러 사요.”


 그는 옛날에 만든 제품을 고치러 오는 단골들을 보면 더 반갑다고 한다. 조금만 고치면 농기구도 대를 이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품을 허투루 만들 수 없다고 한다.


 3년 전부터 건강이 안 좋아 요즘에는 주로 아들 내외가 가게를 지킨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새벽이슬을 밟고 시장의 불을 밝혔듯, 아들 내외가 대장간을 지킨다. 아버지의 일을 대물림하는 것은 존경과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마음은 고스란히 농기구를 만드는데 스며들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고집 또한 닮았다.


 “아들이 옥과 시장에 가면 제가 송정리 대장간을 지킵니다. 요즘은 제가 있는 데도 손님들이 아들 어디 갔냐고 물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합니다.”


 쇠는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 66년, 그 옆에서 아들이 함께했던 30년. 그 세월 동안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장장이에 대한 자부심이 쇠처럼 단단한 만큼 어쩌면 쇠를 두드리듯 자신을 두드리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아들이 본격적으로 쇠를 녹여 메질과 담금질을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송정 대장간’에서 쇠망치 소리가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글·사진 | 김옥열 자유기고가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