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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게미지고 웅숭깊은 해남의 손맛 일품

[이야기가 있는 맛집 - 홍춘이]

게미지고 웅숭깊은 해남의 손맛 일품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08/18 10:58
조회수270

 

 

‘게미지다’는 전라도의 방언으로 겉 맛이 아니라 속 맛, 한번 좋았다가 마는 게 아니라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기고 그리워지는 맛이라고 한다. 화려한 요리는 먹을 때는 좋지만 매일 먹기는 힘들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한두 번 먹으면 쉽게 질린다. 있는 반찬에 밥만 퍼도 집밥
처럼 구수하고 따스한 집이 있다. 오랜만에 고향에 갔을 때 엄마가 해주시던 정갈한 맛이 있는곳, 그곳은 북구 신안동 골목길에 있는 ‘홍춘이(북구 무등로 180번길)’이다.

도톰한 삼치로 차린 게미진 맛


 아들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정신영 씨, 58세)은 20여 년 전 유동 오리탕 골목에서 식당일을 처음 시작했다. 그때 동생이 지어준 이름이 ‘홍춘이’다. 홍어와 오리탕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홍어는 맛은 있지만,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젊은 세대
가 먹기에도 무리가 있어 삼치로 바꿨다. 메뉴는 바뀌었지만 친숙한 이름은 바꿀 수 없었다.


 “저는 요리를 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엄마가 손이 크셨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요리하는 게 즐겁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그걸 또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있어요.”


 해남이 고향인 주인은 생선을 좋아한다. 그래서 주메뉴에는 항상 생선이 있다. 삼치는 거문도에서 생물로 오기 때문에 사시사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회만 먹었을 때는 삼치살이 부드러워 마치 두부를 먹은 것처럼 살살 녹는다. 돌김에 밥과 도톰한 삼치살을 얹어 간장에 찍어 먹으면 담백하면서 식감이 뛰어나다. 밥을 넣어 먹으니 속도 든든하다. 밥을 넣어 먹는 것은 섬사람들의 방식이다. 주로 회만 먹는 도시인에게는 먹는
방법조차 낯설어 한 쌈 한 쌈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기에 밑반찬과 그날의 백반에 맞게 나오는 오리탕, 추어탕, 된장국 등으로 국물까지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밑반찬으로 정성스럽게 차린 백반


 이 집의 두 번째 대표 메뉴는 백반이다. 식당 위치가 후미진 골목이라 식당만 보고 찾아보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유동에서 지금의 가게로 온 지는 7년이 지났는데, 그때 만났던 단골들이 이곳까지 따라왔다고 한다. 단골들은 대부분 회사원이거나 주변 공사장 인부들이다. 매
일 오기 때문에 장부를 달아놓고 먹는다.


 백반은 집밥과 비슷하다. 같은 반찬을 매일 먹으면 물릴 수 있어서 반찬의 종류가 다양해야 한다. 주인은 매일 새벽 6시에 양동시장에 나가 반찬거리를 사 온다. 참기름을 듬뿍 넣고 조물조물 무친 나물에서부터 명란젓, 게무침, 해초 무침 등 밑반찬이 무려 17가지나 된다. 밑반찬이 너무 많다는 말에 주인은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엄마를 닮아 손이 커요. 우리 집을 찾아와 준 단골들을 생각하면 더 차려주고 싶죠. 안 그래도 단골들이 가짓 수를 줄이라고 하는데 생각해 볼라고요. 하지만 반찬이 열 가지는 넘어야 밥을 먹었다고 할 수 있지요. 잘먹어야 밥심으로 열심히 일할 거 아니요.”


 손이 큰 사람은 음식 가짓수를 줄이는 게 쉽지 않다. 빠진 음식만큼 정성도 빠진다고 생각한다. 주인 역시 한두 가지만 줄여도 눈에 확 티 나고 그러면 괜히 미안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13가지 이하로는 줄일 수 없다고 한다.

 

단골들만 아는 계절 음식


 주메뉴는 삼치회와 백반이지만 오리탕과 야채 불고기도 판다. 용봉탕이나 닭볶음탕도 있고 계절에 맞게 민어회나 병어회도 맛볼 수 있다. 단골들이 주문하면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해준다. 어떤 요리까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단골이 원하면 모든 음식을 다 해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우리 집 손님들은 열에 아홉 명이 단골이에요. 맛이 없으면 누가 온가요? 맛이 있어야 오지요. 그런 분들이 원하면 다 해줘야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에 오면 집처럼 편하다고 해요. 그런 말 들으면 저도 좋아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지요.”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 아니라 다른 음식도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맛과 믿음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 단골이더라도 맛이 없으면 계절 메뉴에 맞는 집을 찾아가면 된다. 주인도 주메뉴만 팔면 요리과정이나 재료가 단순해쉽게 요리할 수 있다. 굳이 발품을 팔아가며 계절에 어울
리는 재료를 사러 가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워낙 오래된 단골들이라 주문하면 해줄 수밖에 없다. 요리를 천직이라 생각하니 그마저도 기쁘단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에서 공선옥은 ‘촌스럽다’ 라는 말의 참뜻과 미덕에 대해 밝혔다. 그중 이 집과 가장 어울리는 것은 ‘호들갑스럽지 않고 웅숭깊은 맛’과 ‘남에게 못 줘서 환장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가성비를 따지며 이익을 차리려고 급급한 시대에 아낌없이 푹푹
퍼주는 주인의 인심이야말로 진정한 남도의 맛이 아닐까. 가끔 화려하고 즉석 음식에 질린 사람이라면 고향의 맛을 제대로 살린 깊은 맛의 ‘홍춘이’로 가봤으면 한다.


 또한, 자극적인 맛을 빼고 담백한 맛을 듬뿍 넣었으니 신안동 후미진 골목까지 단골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알 수있을 것이다.

​글 | 김해숙 소설가
사진 | 오종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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