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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한바꾸

찬바람 스치는 지금이 제철, 건강한 추어탕

[[이야기가 있는 맛집] 강의리 추어탕]

찬바람 스치는 지금이 제철, 건강한 추어탕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10/16 13:59
조회수56

 

 

무심한 계절은, 어느덧 우리 곁을 지나고 있다. 서늘한 공기가 볼에 스치는 이 계절이 돌아오면
몸이 벌써 따뜻한 국물에 반응한다. 게다가 올 해는 유례없이 긴 장마, 일상을 뒤흔드는 전염병 등
으로 몸과 마음의 기력을 벌써 소진한 것만 같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기력 충전이 필요한 계절,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영양도 풍부한 추어탕 한 그릇은 어떨까.

 

 1999년부터 대를 이어온 강의리 추어탕

추어탕은 초가을부터 첫 눈 올 때까지가 제철인 음식이다. 추어탕의 주재료인 미꾸라지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부드러워진다. 예로부터 미꾸라지는 단백질,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삶은 탕이나 어죽은 영양 손실이 거의 없어 예부터 서민들의 대표적인 몸보신 음식이었다.


 “추어탕은 몸이 허하고 기운이 없을 때 좋은 보양식입니다. 점심에 한 그릇만 먹어도 저녁까지 속이 든든함을 느낄수 있어요. 특히 소화가 잘 안 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속 울렁증이 있을 때 추어탕을 먹으면 속이 편안해집니다.” 중흥동 북구청 사거리에서 강의리 추어탕을 운영하고 있는 전준오 씨와 이진영 씨. 22년 째 대를 이어온 추어탕이기에 자부심이 남다르다.


 강의리 추어탕은 1999년 담양군 대전면 강의리에서 시작한 작은 식당이다. 전준오 씨는 “워낙에 어머님 음식솜씨가 좋으셨다. 집 장독에 김치를 담아 두면 동네 사람들이 ‘이 집 김치 맛있다’며 한 포기, 두 포기 씩 가져가 금세 장독이 동나곤 했다”고 한다. 지금은 딸, 아들, 사위가 어머니의 추어탕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현재 강의리추어탕은 담양 대전면 강의리 본점을 비롯해 중흥동, 문흥동, 일곡동, 수완지구 등에서 맛 볼 수 있다.


 고집으로 지켜내는 ‘전통의 맛’


 강의리 추어탕은 전통의 맛을 지키기 위해 절대 타협하지 않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추어탕을 가마솥으로 끓인다. 보통 일반 냄비로 끓이면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가마솥은 적어도 2시간 30여 분을 끓여야 한다. 가마솥 특성상 옆에서 지켜보며 끊임없이 주걱으로 뒤적여줘야 재료가 타거나 눌러 붙지 않기 때문에 한시도 불 앞을 떠날 수 없다. 오랜 시간 가마솥에서 우려낸 탕에서는 진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며 영양도 풍부하다.


 가마솥으로 만드는 추어탕이기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얼가리 배추 대신 시래기 배추를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오랜 시간 우려내는 가마솥에 부드러운 얼가리 배추는 녹아서 흐물거려요. 거친 시래기 배추는 추어탕 국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끓여도 아삭하면서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원칙은 큰 미꾸라지를 통째로 사용한다는 것.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육수를 내면 텁텁하지 않고 개운한 맛이 난다. 된장을 직접 담아 사용한다는 고집도 2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배추를 끓인 투명한 국물의 경상도식 추어탕, 쇠고기 내장을 넣어 육개장처럼 칼칼한 서울식 추어탕과 다르게 전라도식 추어탕은 숙성된 된장을 풀어 맛을낸다. 그만큼 된장은 중요한 재료인 셈이다. 강의리추어탕은 매년 12월에 장을 담그고 이듬해 5월까지 들여다보고 살피며 공을 들인다.

 

 
 직접 담근 된장부터 갓 지어낸 밥까지


 특히 무엇보다 손님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한 것은 강의리 추어탕의 ‘밥’이다. 강의리 추어탕에서는 손님이 탕을 주문하면 그 때 그때마다 압력 밥솥에 새 밥을 해서 내놓는다. 오직 한 손님만을 위한 밥을 매번 준비하는 정성도 놀랍지만, 강한 화력으로 압력 밥솥에 막 해 나온 밥맛은 더 놀랍다. “손님들이 ‘집에서도 이런 밥은 못 먹어’라며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밥을 만드냐고, 비법을 묻기도 해요.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손님들이 좋아해주시니 힘든 줄 모르고 일하고 있습니다.”


 갓 지어내 뜨끈한 쌀밥을 가마솥에서 고아낸 탕 국물에 살짝 적시고, 아삭거리는 시래기를 올려 먹으면 그야말로 ‘찰떡’ 궁합이다. 걸쭉한 국물을 좋아한다면 들깨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먹고 싶은 사람은 썰어진 고추와 함께 먹으면 된다. 별다른 향신료를 첨가할 필요가 없는 진한 국물, 숟가락을 자꾸 들게 하는 기막힌 바로 그 맛이다. 압력 밥솥 밥이어서 가능한 누룽지까지 들이키고 나면 잘차려진 밥상을 대접받은 기분에 마음까지 든든하다.

 또 강의리 추어탕에는 1년 내내 싱싱한 열무·상추가 함께 나오는 데 이게 또 별미다. 통째 먹는 추어탕을 주문했다면 미꾸라지를 곁들여 나오는 멸치젓갈, 두부조림과 함께 쌈으로 먹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 갈아 만든 추어탕에는 열무를 잘라서 넣어 먹어도 좋은 선택이
다. 요즘 같이 채소가 비싸거나 할 때도 강의리 추어탕은 열무·상추에 인색한 법이 없다. “채소가 조금이라도 덜 싱싱하면 손님들이 ‘이 집 맛 변했나’ 생각할 수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항상 좋은 채소와 재료를 준비하려고 노력합니다.”


 전통을 지켜내는 일은 고집 없이는 힘들다. 고집에는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는 법.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시간이 걸려도 가마솥으로 끓이고, 직접 담근 된장을 사용하고, 매번 새 밥을 지어서 대접하는 강의리 추어탕은 광주맛집으로 손색이 없다. 제철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을 올 가을 맛보지 않으면 서운할 일이다.

 

최지희 전대신문 편집위원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