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빛고을한바꾸

더 셰프(The CHEF)

[이야기가 있는 광주 맛집]

더 셰프(The CHEF)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11/17 09:27
조회수103

 

 

유러피안 요리에 제 철 한식 재료 접목 로컬 식재료 사용한 새 메뉴

계절마다 선보이는 매력있는 레스토랑

 

 대학 시절, 광주로 ‘유학’ 간 딸내미를 못 미더워한 아버지 덕분에 하숙생이 되었다. 낡은 2층 주택 하숙집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잘생긴 작은 방 오빠 덕에 가슴 설렜고 이종범 선수 싸인 볼 챙겨 주던 옆방 치어리더 언니는 길고 예뻤다. ‘당구 50을 치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를 고민하던 윗방 의대생의 진지한 삶의 자세는 과연 배울만 했다.


 하지만 하숙 생활을 때려치우게 만든 참을 수 없는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음식이다. 하숙생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먹은 건 ‘어묵 볶음’이었다. 월요일에 볶은 어묵은 금요일쯤 되면 비쩍 마른 채로 여전히 식탁에 올라왔다. 그것 말고는 달리 젓가락 갈 곳도 없던 탓에 하숙집식당 메뉴는 늘 ‘어묵 볶음 백반’이었다.


 짝사랑 했던 오빠에게 차여 만신창이 된 날도. 고열을 오르내리는 독감에 쓰러진 날도, 감당 못 할 술에 속 쓰린 날도 어묵 볶음으로 상처를 달랬다. 15년 동안 만두만 먹은 ‘올드 보이’ 심정, 나는 안다. 음식이 허기를 채우는것 이상의 어떤 힘이 있다는 걸 스무 살 때 벌써 알았다.

 

 ‘음식의 힘’이 필요한 순간은 마흔 살, 쉰 살에도 끊임없이 찾아온다.  때론 혼자여서 외롭고, 종종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어 외롭다. 사랑한다고 말해서 외롭고, 사랑한다 말하지 못 해 외롭다. 몇 해 째 옷장에 걸려만 있는 실크 블라우스, 늘어난 눈 밑 주름을 마주하니 하염없이 쓸쓸하다.

 차가운 바람처럼 새삼, 나이 드는 일이 서글플 때가 있다. 그럴 땐 근사한 음식으로 스스로를 대접하고 싶어진다. 멋진 음식은 외로운 당신을 근사한 곳으로 데려다 주는 마법을 부리기도 하니 말이다.  THE CHEF는 근사한 마법을 경험하기에 충분한 유러피안 레스토랑이다. 오너 셰프가 직접 요리해 주는 근사한 음식들이 당신을 기다린다. 특히 유러피안 요리에 제 철 한식 재료를 접목한 특별한 음식이 눈길을 끈다. 육회가 올라간 버터 식빵, 콩물에 우뭇가사리를 넣은 스프, 비트 무화과샐러드와 시래기 알리올리오 등은 THE CHEF에서만 대접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요리이다.

 

 스테이크도 빼 놓을 수 없는 대표 메뉴 중 하나. THE CHEF에서는 티본, 안심 스테이크 외에도 이베리코 플루마 스테이크를 맛 볼 수 있다. 플루마는 이베리코 돼지의 목 부위로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는 귀한 부위이다.


 알고 보니 오너 셰프 박상현 씨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서울 신라호텔에서 근무한 실력자다. 게다가 부산에서 나고 자란 ‘본 투 비 경상도 싸나이’ 박상현 셰프는 우연히 찾은 광주의 매력에 빠져 2017년 광주에 THE CHEF 문을 열고 터를 잡았다. 

 “광주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요리하는 사람들에게 전라도와 광주는 많은 영감을 줍니다. 식재료가 다양하고 한식의 메카답게 훌륭한 요리가 많은 도시라 손님들의 입맛 수준도 높죠. 그것이 제게 또 다른 도전을 계속하게 만들어요.”


 THE CHEF의 메뉴는 매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새롭게 바뀐다. 고등어, 볶은 보리, 토란, 들깨, 회, 차돌박이,무까지. 갖가지 로컬 재료가 수프, 샐러드, 파스타 등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사실 로컬 식재료와 한식을 접목한 다양한 양식 요리를 철마다 겹치지 않게 준비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 계절에는 어떤 새 메뉴를 내놓을지 창작하는 과정이 힘들 때도 있지만 손님들이 드시고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면 무척 재밌어요.” 메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땐 자다가도 메모하는 버릇이 습관이 되었다는 박상현 셰프는 천생 요리사다. 최근에는 젓갈, 홍어, 전통주와 같은 전라도의 발효 음식을 접목한 요리에 도전하기 위해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THE CHEF의 또 다른 미덕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코스 요리가 6만 원대(2인)부터이며, 런치 메뉴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매주 목~토요일 저녁(18:30~24:00)에는 ‘셰프 오마카세(주방장 추천요리)’를 운영한다. 신선한 제철 재료로 셰프가 만든 안주에 한 잔 기울여도 좋겠다. THE CHEF의 요리는 당신의 외로움에 무심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근사한 위로가 될 것이다.

​최지희 전대신문 편집위원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