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빛고을한바꾸

음악과 함께 추억을 팝니다

[‘소리’의 이름을 높여주는 곳, 명음사(名音社)]

음악과 함께 추억을 팝니다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1/03/19 14:10
조회수55

 

 

이선호씨, 좋아하던 음악 못잊어 직장생활 접고 음악사 차려
1980년 고향 광주로 옮겨 지금까지 … 사라져가는 음반판매사 맥 이어

 

‘이름 있는 음악사’라는 뜻의 명음사가 있는 곳에(동구 중앙로 265) 가면 거리는 휑하지만 사람 대신 음악이 흐른다. 추위 때문에 웅크렸던 몸을 쭉 펴고 가게 앞 스피커 앞으로 다가갔다. 클래식에서 댄스 음악으로 바뀌자 절로 어깨가 들썩였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놓고 춤을 췄던 기억이 떠올랐다. 잠시 추억에 젖어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게 안을 정리하고 있던 이선호 대표(74세)가 반갑게 맞이했다.


 이선호 대표는 학창 시절에 뒷집의 카세트에서 나오는 <목포의 눈물>이나 <눈물 젖은 두만강>이 그렇게 듣기에 좋았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소풍 때면 항상 장기 자랑으로 노래를 불렀고, 중고교 때는 합창단에서 활동하기도 했었다.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음악과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늘 음악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교회 선배를 따라 미 공보원에서 했던 음악감상회에 간 적이 있어요. 6·25 때 살림살이보다는 악보나 카세트테이프를 챙겼다는 일화로 유명한 이상옥 씨가 이끌었던 모임이죠. 거기에서 클래식이나 팝송에 대해 기초부터 심화까지 배울 수 있었어요. 그때 배운
내용이 가게를 하는 동안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모임의 이름은 무사이(Mousai)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음악의 여신들을 지칭한다. 거의 클래식 위주의 모임이었는데 오페라 서곡이나 관현악곡, 협주곡, 우리나라 가곡이나 외국 가곡 등을 해설과 함께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음악을 접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와 건설회사 재무팀에서 일했다. 그런데 계산을 하는 것보다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1978년에 서울 청량리 근처에서 첫 음악사를 차렸지만, 서울의 외곽이어도 교통 혼잡이나 소음 때문에 견딜수 없었다. 그러다 1980년 고향인 광주로 내려와 동부경찰서 근처, 예술의 거리 입구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1980년대 중후반에는 양영학원 옆으로 옮겼다. 학원가가 밀집해 있고, 음악 산업이 발전하면서 호황을 누리기도 했었다. 그곳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가 시작된 후에는 남동 성당 쪽을 거쳐 2019년에 현재의 자리로 왔다. 그의 흔적을 따라 4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해온 LP나
CD, 카세트테이프도 겹겹이 쌓였다.  제일 좋아하는 음반이 어떤 거냐고 물었는데 망설임 없이 빼곡한 곳에서 LP 하나를 꺼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남자 듀엣인 투·코리언스의 <벽오동>이나 <언덕에 올라>입니다. 이분들은 잘생기기도 했지만, 성량이 풍부해서 들을 때마다 묵직하면서도 울림이 있습니다. 1970년대를 생각하면 우량아라고 불렸던 이 그룹이 최고였죠.”


 그러고는 다시 다른 LP를 꺼내 이번에는 가장 아끼는 음악이라며 조영남 이야기를 했다. <선구자>와 <아침이슬>이 실렸는데 불량하다는 이유로 방송사에서 금지된 곡이라는 표시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우연히 손에 들어 왔지만 음반 하나에도 역사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과 아끼는 것 등을 철저히 구분하는 그는 취향이 분명했다. 또 음악사를 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다른 사람의 추억도 공유하게 되고 희귀본을 발견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멜론이나 벅스, 유튜브 등에서 쉽게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한때 복고풍 열풍이 불어 LP를 찾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이유에 관해서 묻자 그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파형이란 게 있어요. LP는 아날로그라 파형이 0에서 9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나 CD는 디지털이라 파형이 0과1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소리는 다 깎여서 겉으로는 깔끔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귀에 들어가면 소음으로 들려요.” 파형은 신호를 전달할 때 사용하는 파동의 생김새이
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점은 흔히 곡선과 직선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아날로그 소리는 곡선으로 들리기 때문에 편안하게 들리지만,
디지털은 직선이기 때문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옛날에 우리 조상들은 태교할 때 대나무 숲에 가서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들었다고 해요. 그러면 자연의 소리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이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해요. 현재 우리 시대에는 그런 아날로그 음악을 많이들어야 해요.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잖아요.” 가게 안에는 음반들도 많지만 유명한 음악가들의 사진도 많다. 1960년대 후반의 비틀스 모습이나 정경화 사진, 독일의 유명한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등의 지휘자 사진도 많다. 사진을 보며 하나하나 이름과 몇 년도 사진인지 망설임 없이 말하는 모습이 마치 클래식 선율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앞으로 계획에 관해 묻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한다. 가게 안에 있으면 온종일 음악을 들으며 그동안 수집했던 음악 목록을 작성하거나 자기 취향에 맞춰 음악을 재구성하는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말한다. 10년은 이렇게 일하다가 어쩌면 음악사를 다른 이
에게 넘겨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평생 좋아하는음악을 마음껏 들었으니 가장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김해숙 소설가

 


광주광역시 admin@gwangj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