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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인문학은 문화적 힘… 기초체력같은 것입니다”

“인문학은 문화적 힘… 기초체력같은 것입니다”

[골목 인문학 운동 펼치는 ‘살롱드테오’ 구태오 대표]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19/08/30 09:53
조회수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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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인문학 운동 펼치는 ‘살롱드테오’ 구태오 대표

 

 현시대 인문학의 열풍은 여전히 유효하다. 학교는 물론 도서관이든, 문화센터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문학은 다방면에서 언급되고 있다. 휴머니티를 상실한 채 물질만능의 시대, 정작 자신의 망가진 인문학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거기다 인문학이 하나의 직업처럼 유통되고 소비되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일상의 골목에서 누가 알아주든 말든 경도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에 근거해 날것 그대로의 인문학적 가치를 정립해가는 주인공이 있다. 광주시 남구 봉선동 남구종합문화예술회관 뒤편 골목에 자리한 카페 ‘살롱드테오’(Salon deTheo)의 주인장 구태오 대표(46)가 그다.


 ‘살롱드테오’는 직역하면 ‘태오의 방’을 의미한다. 여기서 테오(테오 반 고흐)는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동생이자 조력자를 말한다. 고흐를 후원하며 산 인물이다. 구 대표는 일찍부터 문화공간을 꿈꿨지만 인문학과는 먼 삶을 살았다. 그는 대학 때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기계학도였다. 부친이 정보통신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집안의 장남이었기 때문에 가업을 물려받아 10년 동안 종사했다.


 그러다 2012년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동생에게 가업을 넘기고, 그는 인문학적 삶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처럼 삶의 방향을 틀 수 있었던 데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015년 1월 계획을 세웠고, 그해 9월 살롱드테오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첫번째로 선보인 행사는 개업식을 대체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였다. 지인 몇몇만 초대해 조촐하게 진행했다. 한쪽 벽면에 가득 비치된 책과 CD, DVD가 빼곡하게 꽂혀있다. 일체후원을 받지 않고 모두 사비를 들여 구한 것들이다. 가치가 있다면 ‘자기 자신이 돈을 내서 하면 된다’는 구 대표의 생각이다.


 그리고 음악회를 위한 피아노와 아기자기한 탁자와 의자등이 모던하게 비치돼 있다. 20평에 불과한 규모이지만 웬만한 작은 도서관에 비견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다른 행간의 발언을 숨기지 않는다.


 “제가 책과 음악, 커피 모두를 좋아했습니다. 이런 것을 해보고 싶어 처음 도전한 곳이 현재 이곳인데 거창한 것을 생각하지는 않아요. 몇년 동안 고심하고 연 공간이었습니다. 책이 주는 무게 때문에 대중적 공간보다는 소수자들만 좋아하는 듯해요. 메뉴도 요즘 트렌드에 비해 단조롭지만 순전히 양질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좋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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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 공간을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만 카페로 운영한다. 저녁 시간에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그냥 어쩌다 하는 문화행사보다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행사를 위해 저녁시간을 통째로 비우게 된 것이다. 이런 그에게 2016년부터 해온 독서모임은 가장 중심을 이루는 분야다.


 “독서모임을 계속 해왔는데 관심사가 책만 읽는데 있는것만은 아니죠. 책을 두루 읽다보니 문화전반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다양한 책들을 섭렵한 덕분이에요. 오랫동안 책을 읽게되면 생각도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현재 살롱드테오에서는 매달 3주 금요일 오후에 독서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독서모임의 절반은 고전을 읽는다. 다른데서는 고전읽기가 어려워서다. 다소 책이 어렵다보니 참여하는 멤버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독서모임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달 첫째주 수요일 오후 열리는 낭독모임을 비롯해 부정기적으로 시행중인 영화모임 및 독자와 관객들을 만나는 살롱콘서트, 토크형식의 저자와의 만남, 강연회 등 크게 6개의 틀로 운영중이다. 저자와의 만남에 소설가 이기호 교수(광주대), 강연회에 김승환 교수(조선대 미술대학·조선대미술관 관장),살롱콘서트에 플루티스트 이현경씨 등이 다녀갔다.


 그는 문화적 가치에 대해 1만원 이상이 아닌, 약간의 살롱페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소 비용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커피인문학클래스 등은 유료로 운영한다. 그렇다고 상업성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살롱드테오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인 셈이다. “이런 모임들을 계속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마케팅을 하지 않고 운영을 해가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딜레마에 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대중성의 공간으로 갈 것이냐, 자기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공간으로 갈 것이냐의 틈에 서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대중성으로 나가는 것을 혐오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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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살롱드테오의 경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는 인문학 이야기로 금세 돌아왔다. 그는 명사를 초청해 일회적인 강연회를 열면서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을 하는것은 진정한 인문학이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지속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토크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그만의 인문학에 대한 개념이 분명해 보였다.


 “인문학은 책을 몇권 읽고 깨치는 것이 아니죠. 인문학은 문화적 힘으로 기초체력같은 것입니다. 운동가들이 하고 있는 인문학 모임은 마케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명사를 초청할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스스로 사고하고, 주체적 인간이되는데 한계가 있겠죠.”

 

그는 틀에 박힌, 정형화된 인문학에 대해 거리를 두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고선주 광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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