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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빵과 장미, 둘 다 누려야죠”

[광주에 빵집 연 대구청년들]

“빵과 장미, 둘 다 누려야죠”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05/14 09:50
조회수382

 

 

 1913송정역시장에서 가까운 도산동 골목 어귀를 걷다보면 한 가게가 눈에 띈다. 빨간 천막에 흰색으로 새겨진 ‘BAKERY BREAD&ROSES’. 상호명 ‘빵과 장미(광산구상도산길 54)’.


 빵집인지 꽃집인지 모를 궁금증에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게주인 서수민 씨가 바로 설명을 해준다.

 “빵집이에요. 제가 워낙 켄 로츠 감독 작품을 좋아해요. 영화 ‘빵과 장미’에서 전하고 싶었던 것처럼, 저는 하루종일 빵(생존)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미도 원했어요

 저에게 장미는 ‘아름다운 삶’이거든요. 그 삶을 누리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서 배우고 나누는 시간들을 가져요. 코로나19 때문에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밥모임이나 생각을 나누는 모임도 하고 스크린을 설치해서 영화도 보면서 살고 있어요.”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는 8인용 대형 식탁이 놓여있었다. 연대의 공간이기도 한 빵집이라…. 여느 프랜차이즈 빵집과는 달라 보였다. 스물일곱, 동갑내기 두 사장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서수민, 장미주. 중학교 동창이자 베스트 프렌즈인 이들은 대구 토박이란다. 연고 없는 광주에 터를 잡게 된것은 우연이었으나, 지금의 빵집 운영은 필연적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수민 씨는 17살 때 철학을 가르치는 광주의 한 대안학교에 다녔고, 대학 역시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2학년 때 간 독일 어학연수에서 빵 맛을 알아버렸다. 자취방에 있는 오븐으로 빵을 쉴 새 없이 구웠을 정도로 빠졌을 정도였다고. 이후 귀국해 천연발효 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 빵과 장미는 사회적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1월 오픈했다. 대표 메뉴는 통곡물빵, 깜빠뉴,루비빵, 치아바타. 설탕이나 버터, 우유, 계란은 물론 화학첨가물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 동네가 친근하고 매력있는 동네거든요. 장날에 송정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구루마’(손수레)를 끌고 나와요. 그런 풍경이 좋았어요. 저 같은 경우엔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쓰고 싶어서 시장에 나가서 단호박이나 감자,쑥 같은 걸 사요. 밀 같은 경우는 공주에서 토종작물을
키우는 황진웅 농부님의 앉은뱅이 밀을 받아서 쓰고 있어요.”


 빵을 만드는 수민 씨 옆에서 가게 운영을 돕는 건 미주씨다. 수민 씨의 호출(?)에 미주 씨는 대구에서 광주에 왔다. 이제 겨우 일 년 남짓 되었지만, 벌써 적응을 끝내버린 듯 했다.


 가게 앞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빵’이라는 빨간색 간판부터 시작해 홍보 포스터, 내부 인테리어 모두 디자이너 출신인 미주 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저희가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의 방식인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를 지향해서 종이봉투에 빵을 넣어드리고 있어요. 그걸 아시니까 이제는 저희 빵집에 올 때마다 빵을 담을 통을 들고 오는 분들이 많으세요. 빵집을 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
어요.” 수민 씨의 말에 미주 씨 역시 공감하는 기색이다.


 도시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수민 씨와 미주 씨는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나름 광주인들의 주목(?)을 받기도했다. 영남과 호남. 과거 정치권의 고질적 대립은 지역감정의 골을 남기기도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는 필자의 질문에 둘은 이렇게 말했다. “광주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민주화운동의 전국화와 세계화가 될수 있을 거라고 봐요.” ‘연대의 가치’를 몸으로 체화한 이들은 달랐다.


 작은 영화관이자, 도서관, 강연장이 되기도 하는 빵집. 이들이 최종적으로 바라는 삶의 모양새는 무엇일까. “생태적 가치에 기반한 공동체를 꿈꾸고 있어요. 누군가는 밀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커피를 내리고, 텃밭을 가꿔 레스토랑을 하고 말이죠. 그건 먼 나라의 일이더라도 우선은 빵집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종자의 맛과 향을 살리는 빵을 개발해보고 싶어요. ”


 ‘빵과 장미’의 빵은 이상하게도 계속 생각났다. 그리고 곱씹게 됐다. 하얗고 말랑한 반죽을 매만지며, 사람을 품고 사랑을 나누는 이들의 말을. 이 우연한 ‘빵집’에 많은 이들이 이끌리듯 모여 추억을 켜켜이 쌓을 것 같다.


글 | 이소영 작가
사진 | 오종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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