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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코로나에 지친 이들에게 ‘노래’로 희망 주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음악 모임 ‘밴드845’]

코로나에 지친 이들에게 ‘노래’로 희망 주다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0/10/26 09:56
조회수93

 

 

타향살이 설움 달래던 음악 인연 노동자들끼리 밴드 결성
“일하느라 연습 시간 부족하지만 시민들 앞에서 공연도 하고파”

 

 머나 먼 타국땅에서, 그것도 고된 노동으로 돈을 버는 노동자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음악만큼 위로가 되는 것은 없었다. 공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힘들지만 짬짬이 유튜브를 보고 키보드를 익히며 외로움을 달랬다. 홀로 배운 기타 실력으로 주일 성당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고국에서부터 하던 노래부르기를 멈출 수 없어 성가대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단지 음악이 좋았고 친구였다. 때론 ‘가라오케’에서 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고 연주를 하며 친구를 사귀고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이겨내기도 했다. 아마추어이지만 그들은 음악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밴드를 결성했다.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소촌아트팩토리(센터장 강혜경)소속 외국인 노동자 밴드인 ‘밴드 845’ 이야기다.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치거나 노래부르는 정도를 넘어 정식 명칭을 가진 밴드를 구성한 이들의 ‘반란’은 자못 화제가 되고 있다. 말 그대로 아마추어여서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이들은 이미 공연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데뷔’도 했다. 세 편의 공연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최고 1천명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신들도 힘든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세계인의 공통언어 음악을 연주하며 코로나에 지친 기업이나 친구들에게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동영상으로 제작해 올린 노래들이 ‘으라차차’(럼블피쉬), ‘Heal the World’(마이클 잭슨) 등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더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내용인 것도 그런 이유다.


 밴드 845는 지난 4월 결성됐다. 노동자들이 많은 공단에 위치한 소촌아트팩토리가 코로나로 지친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던 때에 마침 음악활동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이들과 연결됐고 전격적으로 팀구성에 들어간 것. 이미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찾는 송정동 원동성당에서 함께 연주하거나 노래도 했고, 필리핀 주점에서 만난 인연들도 있어 의기투합은 쉬웠다.


 ‘밴드 845’라는 이름은 소촌아트팩토리의 옛 번지 주소(소촌동 845번지)에서 따왔다. 각자 집에서 혼자 연습하거나 교회에서 겨우 손을 맞춰보던 이들은 매주 일요일 소촌아트팩토리 공연장에 모여 연습을 시작했고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4개월여의 맹 연습 끝에 ‘으라라차 광산랜선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8월 유뷰브를 통해 데뷔했다.


 결성 당시 멤버는 7명. 모두 필리핀에서 와 광산구 하남공단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멤버는 리더인 샌마틴(44, 세컨드 기타)과 모데사 루이즈(38, 보컬), 폴린마닝거(35, 보컬), 키트 니콜라스 에스카밀라스(42, 리드기타), 머킬란 주드(45, 베이스), 어거스트 마르티네즈(32, 키보드), 마크 안소니 산타나(38, 드럼) 등이다.

 


 멤버들은 말 그대로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리더인 샌은 1998년 한국에 처음 왔고 2012년부터는 줄곧 한국에 살고 있어 한국어도 능숙하지만 나머지는 아직 언어소통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음악 경력은 천차만별이다. 리드기타인 키트를 제외하곤 모두 순수 아마추어. 키트는 필리핀에서 프로밴드 멤버로 활동해 프로급이고 리드보컬 모데사가 필리핀에 있을 때 호텔 등에서 노래를 불러본 경험이 있지만 나머진 다르다. 어거스트는 최근에야 유튜브를 통해 건반을 익힌 독학파이고 머킬은 친구인 샌을 따라 성당에서 반주해본 게 전부였다. 물론 기본적인 음악소양이 있어 가능 했겠지만 좋아서 모인 사람들임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연습의 결과는 빛을 발했고 동영상 촬영을 위한 공연으로 그 결과물을 보여 주었다.


 이들의 데뷔는 생각만큼 화려하진 못했다. 코로나로 관객이 찾는 무대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광산구와 소촌아트팩토리의 아이디어로 랜선콘서트를 열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리더 샌은 “유튜브 동영상 덕에 필리핀 가족들이 보고 연락해왔다”고 자랑했다. 이들의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주로 성당에서 연주한 덕에 찬송가가 많지만 팝송을 많이 부른다. 현재 이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곡은 팝송이 30여 곡이며 한국 노래도 10여곡에 이른다. 보컬 모데사는 “임재범의 노래를 꼭무대에서 부르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밴드 845의 가장 어려운 점은 유감스럽게도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모두들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멤버가 한 자리에 모이는게 쉽지 않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까지 재확산되면서 연습은 더욱 어려운 상황. 리더 샌은 “연습시간 맞추는 게 정말 힘들다. 코로나까지 겹쳐 일요일 연습마저 어렵다”고 울상을 지었다. 취재를 위해 만나기로 한 날도 여러 사정으로 멤버들이 모이지 못해 단체사진 촬영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데뷔 후 유튜브에 3탄까지 올린 밴드 845는 벌써 제2의 변신을 준비중이다. 소촌아트팩토리와 1단계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이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관객들과의 만남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고민중이다. 멤버들은 “어렵게 뭉친 만큼 우리 실력을 광주시민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다. 소촌아트팩토리 강혜경 센터장은 “이들이 음악적 재능을 계속 펼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며 후속지원도 검토중임을 알렸다.


 리더 샌은 “과거엔 대충하던 연습도 적극적이고 열심히 할 만큼 멤버들의 의지가 대단하고 행복해 한다”며 “모두 코로나를 잘 극복하고 무대에서 광주시민들을 만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김옥열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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