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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캄보디아인들의 입과 발이 되겠습니다"

[캄보디아 통역사무실 ‘크메르어 서비스’ 연 귀화인 박미향 씨]

“캄보디아인들의 입과 발이 되겠습니다"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1/08/23 15:34
조회수52

 

 

 잠깐 외국을 여행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데서는 얼마나 답답한가? 하물며 장기간 머물며 살아가는 이주민들에게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말로 못할 고통이리라.


 다문화국가로 변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광주전남에만 1만 명이 넘는 캄보디아인들이 사는 데 한국말을 몰라 아프고 다쳐도 병원엘 못가고, 은행을 못가는 이들이 수두룩해요. 그래서 서럽게 사는 그들을 위해 통역서비스 공간을 마련했습니다.”귀화 후 광주에 살면서 고국 캄보디아에서 온 동포들을 돕고 있는 박미향(37) 씨가 최근 광산구 송정동에 크메르어를 쓰는 이들을 위한 통역서비스 회사 ‘크메르어
서비스’를 차렸다. 크메르어는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태국, 베트남 등에서 쓰이는 언어.

 


 남편 응 온 다릿이 대표를 맡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박미향 씨가 주도하는 ‘크메르어 서비스’는 말이 회사지 영리를 위한다기 보다 봉사단체에 가깝다. 박 씨는 “광주에 3천 명, 전남에 8천 명의 캄보디안이 사는데 상당수가 한국말을 못해요. 의사소통이 안되니 아파도 병원도 못가고, 어디 볼일이 있어도 택시도 마음대로 못타는 현실”이라며 “이들은 일상에 직면하는 모든일들이 난관이어서 옆에서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런 일을 좀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그 동안 사적으로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공적일에 바쁜 박 씨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도와주지 못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회사를 세운 것. 지금은 남편이 상시 대기하고 이용자가 많을 때는 알바생도 써 동포들을 돕고 있다.


 단순 통역을 넘어 가정폭력 상담, 퇴직금이나 급여 상담, 비자연장, 귀국시 공항 동행 등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사실상 전방위적 봉사다. 특히 신분이 불안한 불법체류자들이 귀국시 안전하게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돕는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많아 어지간한 일은 돈을 받지 않고 도와주거나 사후에 갚는 조건으로 돕는다. 비자 연장도 행정사에게 가면 무조건 돈이지만 이곳에선 무료다.

 


 캄보디아 출신인 박 씨는 지난 2008년 한국에 와 2010년 귀화했다. 한국이 좋아서 왔다는 그는 한국어를 배우는 수준을 넘어 대학을 다녔고 귀화시험, 운전면허 획득등 한국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척척 해낸 실력파. 유학 온 남편과 결혼 후 2남1녀를 둔 박 씨는 이미 광주에서는 유명인사이자 캄보디아인들의 대모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외국인지원팀, 광주출입국사무소, 광주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등에서 통역 업무를 해 왔으며, 최근엔 광주민중의집 근로자 상담사와 법원, 경찰 등 사법기관에서 통역은 물론 상담이나 면담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이주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한 광주전남캄보디아공동체를 12년째 운영중이다. 누구나 와서 쉬고 정보를 나누고 한국문화도 배우는 공간을 무료로 운영해오고 있다. 박 씨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공동체 운영이 잘 되는게 가장 큰 소망이다. 지역 대학과 연결해 캄보디아인들이 미용이나 제빵 등의 기술을 배울 수 있게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싶다. 이를 위해 한국인들의 적극적인 후원도 바라고 있다.


 취재를 위해 찾은 날도 사무실엔 도움을 받으려는 캄보디아인들이 수시로 드나들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와중에도 박 씨는 “다른 공적업무를 보고 있는데 연락하면 도와주지 못해 몹시 미안했는데 이제 안심이 된다”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옥열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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