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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이제 인생 제2막 열었습니다”

[노동운동가서 책방지기 된 ‘산수책방 꽃이피다’ 김미순 대표]

“이제 인생 제2막 열었습니다”

작성자광주속삭임
작성일시2021/10/25 10:08
조회수40

 

 

 30년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이가, 한적한 동네의 책방지기로 변신했다. 하남공단 입구에서 ‘광주노동자교육센터’ 대표로 활동하다, 산수동 산수책방 ‘꽃이피다’ 문을 연 김미순씨가 그 주인공이다. 책 냄새, 향긋한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이 그의 일터다. 첫 손님이 오기 전 오늘 추천할 책을 꼽고, 커피 한 잔을 내려 새 날을 맞는다. 노동자 인권·권리 보장에 힘써 왔던 지난 삶은 꼭 전생이었던 양 아득하다. 지금의 삶과 결이 달라서다.


 김미순씨의 삶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니, ‘공개수배’니, ‘제1호 구속’이니 하는 센 단어들을 피해갈 수 없다. 전남대 재학시절부터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던 그는 시위 현장에서 노동자의 깃발이 없는 것을 목도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광주청년노동자회’를 조직했고 1994년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가 들어설 때 힘을 보탰다. 현장에서 보낸 세월이 30년이다.


 노동운동가에서 동네 책방지기로, 이처럼 획기적인 업의 변화는 올 봄부터 기획됐다. 지나온 삶을 쭉 돌아보니, 노동운동 현장에서는 이제 새로운 바람이 필요한 것만 같았고, 다음 세대가 ‘새 막’을 열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게 배려로 여겨졌다. 11년 간 운영했던 교육센터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3월 책방 문을 열었다. 하남공단에서 산수동으로, 김씨의 인생 제2막도 시작된 것이다.


 산수책방 ‘꽃이피다’는 독립서점과 북카페를 겸한다. 원목 서가에는 사회과학·인문학·문학 등 장르별 1300권의 도서가 있다. 여기다 최근 나온 젊은 작가들의 문학작품이 주를 이루고, 그의 관심사에 맞닿아있는 노동·환경·페미니즘과 관련한 책이 속속 눈에 띈다. 벌써 단골들도 여럿 생겼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이들은 하나 같이 “여기 오면 참 마음이 편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골들과 얼굴 마주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점심
시간에는 함께 밥을 먹을 만큼 마음을 텄다. 문을 연 지 이제 반 년인데, 벌써 동네사랑방이 다 됐다. 누군가에게 전해줄 물건이 있을 때도 ‘책방에 맡겨놓을게’ 하는 게 일상적 풍경이다.

 정의와 대의를 위했던 그의 걸음들은, 이제 이곳 산수책방에 이어진다. 사회 이슈를 다루는 다양한 북 모임이 진행되고, 인문학 고전 읽기 강좌도 속속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그는 ‘꽃이피다’가 이름에 담은 뜻처럼 무엇이든지 ‘피어나는 곳’이길 바란다. 그간 그의 삶이 무언가를 조직하고 적극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일들을 벌이는 쪽이었다면, 이곳에서의 여생은 이웃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들에 집중할 생각이다.


 김씨는 “딱히 볼 일이 없어도 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책방에 들르면 아는 얼굴들을 만나 사는 이야기, 사회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는 공간이기를 소망한다”며 “‘꽃이피다’라는 본 말처럼, 사람 사는 정과 이야기들이 꽃처럼 피어나기를, 이곳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박세라 광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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