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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공원물방

호남 유일 염색 염료 가게 2022.08
편집자주
글·사진 김종구 작가
"추억을 염색하는 염료가게"

일제강점기에 생긴 가게 1972년 입사했다 인수해 지금까지 명맥
일반인들의 염색 거의 사라져 고객 줄어 “그래도 단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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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
“끓는 물에 소금과 염료를 풀고 옷감을 넣어 1시간가량 염색해요.
고착제를 넣은 뒤 30분가량 기다렸다가 물에 3~4차례 잘 헹구어 말리면 됩니다”


손님
“그렇게 어려운 것을 어떻게 외워. 종이에 좀 적어주쇼”


가게 주인
“집에 가서 물이 끓으면 전화하랑께. 가르쳐 줄랑게”


손님
“종이에 적으면 좋겄구만. 연필도 없고…”

광주광역시 남구 구동 광주문화재단 맞은편에 있는 공원물방을 취재하러 갔을 때 60대 후반의 가게 주인과 70대로 보이는 손님 간에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말싸움은 결국 필자가 취재 수첩을 찢어 염색하는 순서와 방법을 적어주면서 극적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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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물방



가게는 100년 넘은 노포


공원물방은 광주와 전남은 물론 전북에도 없는 호남 유일의 염색 염료 가게다. 공원물방은 공원 앞에 있는 물감(염료)을 파는 방(가게)이란 뜻이 담겼다. 이 가게 문병필(69) 대표는 1972년 19살에 입사해 물감과 인연을 맺은 뒤 현재까지 한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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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물방은 면사, 모시, 마포, 모, 나일론 등 각종 천과 털, 가죽 등에 사용하는 염색 물감과 나전칠기 재료를 판매하는 전문점이다. “일제 강점기에 개업해 내가 입사한 지 50년이 지났으니 한 100년은 넘었을 거여.” 문 대표는 공원물방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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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공원물방 내부

10여 평 남짓한 가게에는 수십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여러 개 양철통과 비닐봉지가 선반 위에 가득했다. 선반 앞에는 가게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녹슨 저울과 염료를 담을 때 사용하는 숟가락이 놓여있었다. 저울은 사용한 지 꽤 오래된 듯 보였고 숟가락은 염료 성분에 따른 용도가 달라 금속, 플라스틱, 나무 등 여러 가지다. 문 대표가 직접 숟가락에 나무막대를 실로 묶어 만든 것들이다. 염료도 신문지를 고깔 모양으로 접어 그 안에 싸서 판다. 50년 전 관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 대표에게 여기에 몇 종류의 염료가 있냐고 묻자 뜻밖에 답이 돌아왔다. “흰색 빼고 모두 다 있죠.” 가게 안에는 20여 개 염료통과 비닐봉지가 전부인데 모든 색의 염료가 있다고 했다. “색은 여러 가지 염료를 일정 비율로 섞어서 만들어 내는 것이지 원색이 전부 있는 것이 아니여.” 손님이 원하는 색을 여러 염료를 섞어 만들어 내는 것이 전문가의 기술이라는 의미다.




문 대표가 인수한 지도 벌써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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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필 대표

공원물방은 1대 창업주와 그의 아들을 거쳐 1979년 12월 문 대표가 인수했다. 원래 가게 자리는 현재 공원다리 맞은 편 모퉁이였다. 건물이 일본 다다미방 양식으로 지어져서 겨울에 극심한 추위로 고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원개발사업으로 당시 건물은 철거됐고 가게는 7~8차례 이사를 거쳐 현재 위치에 정착했다. 이 물방이 공원 근처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광주의 명소여서 찾아오기 쉽고 바로 앞에 광주천이 있어 염색한 천을 헹구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염색한 천을 광주천 물에 담근 뒤 돌로 눌러서 헹궜어.” 염색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염색이 끝난 천을 헹굴 수 있는 풍부한 물과 말리는 데 필요한 넓은 공간을 갖춰야 해 광주천 인근 광주공원에 터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염색산업이 사양길에 들었지만 공원물방은 양동시장 등의 대형 한복집이나 개인 공방, 염색동아리 등에 염료를 판매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가끔 비싸거나 추억이 많은 소중한 옷 등의 색이 바래 여기저기서 여러 차례 가게 위치를 물어 염료를 구하러 온 고객도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개인 공방과 동아리 운영이 중단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직도 물어물어 찾아오는 고객 있어


염료염색은 천연염색에 비해 색이 변하지 않은 장점이 있다. 면사는 천연염색과 잘 맞아 색이 오래가지만, 모시, 삼베, 나일론 등은 쉽게 탈색된다. 이들 옷감은 천연염색물을 잘 먹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천연 염색한 옷이 탈색되면 염색을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결국 염료염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손님도 천연 염색한 옷이라 색이 곱고 건강에 좋다고 해 비싸게 샀는데 몇 번 입지 않아 탈색돼 재염색을 위해 염료를 구하러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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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는 “염색은 재료에 따라 그에 맞는 염료를 사용해야 해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라며 “인터넷 등에서 잘못 염료를 사서 무작정 염색하면 옷을 몽땅 버릴 수 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공원물방은 옷을 가게로 가져오면 천의 종류와 염료에 따른 염색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 준다.

문 대표는 동네 아저씨의 소개로 염색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입사 후 15일 만에 설 명절이 되었는데 사장이 월급 500원에다 푸짐한 선물까지 줬다. 당시에는 엄청 큰돈이었다. 또 달포 만에 맞이한 정월 대보름에도 푸짐한 보너스를 받았다. 염색업이 그만큼 호황이었음을 반증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입사 후 얼마쯤 지나 퇴사하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한사코 말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님이 자신의 1년 치 월급을 미리 받아 써버린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두지 못하고 일하다 보니 어느덧 50년이 훌쩍 지났다.

공원물방이 문을 닫으면 호남 유일의 염료 가게의 명맥도 끊긴다. 문 대표는 “염색기술은 배우기도 어렵지만, 돈벌이가 안 돼 남에게 물려줄 수도 없다”라며 “단골손님들이 오래오래 가게를 유지해 달라고 하지만 언제 그만둘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한숨지었다.
문 대표의 표정에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노포(老鋪)들이 사라지는 데 대한 깊은 회한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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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물방

  • 062-652-4058
  • 광주광역시 남구 구동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