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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이화단추

“단추라면
  없는 게 없습니다”
2022.10
편집자주
글·사진 김종구 에세이스트
"단추로 충장로서 호령 …
단골 의상실만 100여 개 넘던 시절도
지금도 단추 찾는 일반 고객들 많아 영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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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변신은 ‘무죄’.

단추 하나 바꿨을 뿐인데 평상복이 무대복이 되고,
평소 입던 여성 상의 소매에 레이스를 붙이니 파티복이 되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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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의 변신은 ‘횡재’.

검은색 플라스틱 단추에 큐빅 10여 개를 붙이니 보석 단추로 변했고,
같은 크기와 모양의 철판에 옷감을 감싼 뒤 뒤판을 대고 압축기로 고정하니 싸개단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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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광주 동구 충장로 5가 여성의류 부자재 전문점인 이화단추(대표 홍대식.58)를 찾았을 때 목격했던 일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평상시 무관심했던 터라 단추 하나가 옷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용도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가게 문을 들어서자 맞은편 벽에 걸린 양복 상의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한 벌쯤 가지고 있을 법한 평범한 상의인데 유독 단추가 눈에 띄었다. 약간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반짝였다. 홍 대표는 “아마추어 가수로 활동하신 분이 공연 때마다 새로운 옷을 구입할 수 없어 단추를 바꿔 달고 무대에 오른다”라고 귀띔했다. 기성복의 단추를 바꿔 달아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물론 무대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짧은 치마나 바지, 유행이 지난 블라우스, 양장 등에 최신 레이스를 붙이고 나니, 치마나 바지의 길이가 늘어나고 블라우스와 양장이 마치 파티복처럼 우아하게 변했다.

단추의 변신은 마법


단추의 변신은 마치 마법처럼 보였다. 교복이나 군복, 작업복에나 어울릴 것 같은 동전 크기의 검은색 플라스틱 단추에 고성능 접착제를 바르고 일정한 모양에 따라 큐빅 10여 개를 붙이니 순식간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보석단추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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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압축기
동네 공방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싸개단추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싸개단추는 단정하게 의례를 갖추거나 화려함 대신 품격을 갖추기 위해 옷감과 같은 재질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싸게단추는 얇은 철판으로 된 단추모형에 옷감을 감싼 뒤 고리가 있는 뒤판을 압축기로 고정하면 완성된다.
홍 대표의 오랜 경험과 손기술로 화려하게 변신한 단추들은 재료 원가에 비해 두세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가게를 운영하는 데 경제적인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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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대형단추들
이화단추는 단추, 레이스, 큐빅, 줄 보석, 돗도 등 양장에 필요한 부속 재료를 파는 전문 상점이다. 여성들의 속옷에 쓰이는 작은 똑딱이 단추부터 바바리코트 등에 다는 대형 단추까지 다양한 크기와 모양, 재질이 다른 각종 의류 자재를 구입할 수 있다. 추억과 사연이 담긴 오래된 옷을 고쳐 입고 싶다면 이화단추를 방문해 보길 권한다. 현재 유행하는 단추로 바꿔 달고 소매 등에 레이스를 붙이면 헌 옷도 새 옷처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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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 내부

이화단추는 1999년 정식 사업자로 등록해 개업했지만, 그 유래는 훨씬 앞선다. 홍 대표는 10대 중반에 지인의 소개로 양장점에 취업했다. 당시만 해도 기성복 대신 동네마다 양복점과 양장점이 즐비했다. 설과 추석 등 명절은 물론 결혼식과 회갑연 등에 각종 기념일에 옷을 맞춰 입은 문화가 성행했다. 80~90년대 충장로와 금남로 주변에 100여 개 양장점과 양복점이 성업 중이었다.

한때 잘나가던 단추 집, 단골 많아

어린 나이에 양장점에 취직한 홍 대표는 온갖 고생 끝에 미싱사 거쳐 재단사로 성장했다. 양장점 개업에 필요한 데 대한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은 홍 대표는 90년대 초반 독립해 자신의 가계를 차렸다. 양장점을 운영하면서 결혼해 다복한 가정도 꾸렸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큰 재미를 못 한 홍 대표는 새로운 사업을 찾던 중 양장점에 납품할 부자재에 관심을 가졌다. 사업의 성공을 확신한 홍 대표는 30대 중반에 이화단추를 개업했다. 홍 대표의 의류 분야 근무 경험을 더하면 이화단추의 역사는 40여 년에 이른다. 홍 대표는 개업한 후부터 지금까지 광주 시내 거래처에 단추와 레이스 등 자재를 오토바이를 타고 직접 배달하고 있다. 창업 당시만 해도 거래처가 100여 개에 달해 부부가 함께 가게를 운영했다. 하지만 시내 양장점과 양복점이 하나, 둘씩 폐업하면서 거래처가 크게 줄었다. 현재는 홍 대표 혼자서 가게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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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단추는 단추와 리본 등을 판매하는 것 외에도 옷과 어울리는 벨트도 제작해 준다. 8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천 벨트는 양장점과 양복점에서 옷을 맞추면 상하복을 만들고 남은 천을 가죽 허리띠에 덧붙여 만들어 줬다. 요즘도 천벨트를 만들어 달라는 멋쟁이 중년들이 가끔 찾아오곤 한다.
홍 대표는 “제가 40여 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단골이 찾아온다”라며 “수익을 따지자면 당장 다른 일을 찾아야 하지만 한결같이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유일한 희망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화단추를 운영하는 것. 패션의 거리에는 현재 20~30개 의상실과 양복점 등 의류 관련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부자재 가게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에 재개발 붐이 일면서 오래된 상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의류 부자재 판매 사업은 패션의 거리를 떠나서는 할 수 없다. 주변 상가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 결국 이 가게도 문을 닫아야 한다. 홍 대표는 “양장이나 양복 기술을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 종사하는 분들도 대다수 고령이어서 매년 폐업이 늘고 있다”라며 “주변 재개발로 가게를 닫을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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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단추

  • 월 ~ 금 10:30 ~ 18:00 (매주 토,일 휴무)
  • 062-227-2979
  •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5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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