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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오늘의 마지막
구호는 ‘안전모’

신성모자 2023.01
김종구 에세이스트
사진 오종찬 작가
광주속삭임 1월 제61호 발췌
사라져가는 노포 기업가 정신, 상술 보전되기를
모자산업 전성기 거쳐 등산 장비 취급 등 사업 다각화
50여 평 매장 용도·세대 아우르는 다양한 모자 갖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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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지막 구호는 '안전모'입니다

지난해 연말 광주 시내 한 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70대 중년 신사들이 '안전모'를 외치며 주섬주섬 자기 물건을 들고 문을 나섰다. 호기심에 '안전모'의 의미를 물었다. 한 어르신은 "안경, 전화기, 모자를 잘 챙기자는 의미다"라고 답했다. 이렇듯 모자는 오래된 생활필수품이다.

모자와 함께 보내온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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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는 지난 60여 년간 모자산업을 이끌어온 산증인이 있다. 주인공은 광주 동구 충장로 5가 신성모자다. 신성모자는 1965년 전남 목포에서 개업했다. 창업자는 정성일 씨로 현재 신성모자 윤영혁(70) 대표의 매형이다. 1974년 광주로 이전해 충장로에 문을 열었다. 신성모자는 급증하는 학생모자 수요와 신제품 개발 등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단순한 도소매업을 넘어 '신성모자'라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생산해 한때는 호남권은 물론 전국적인 명성을 날렸다.

윤 대표는 1976년 군대를 제대한 후 매형을 돕기 위해 신성모자에 입사했다. 당시는 모자 수요가 워낙 많아 어머니와 누나 등 온 가족이 매달려 밤새 모자를 만들어야 했다. 신성모자는 70~80년대를 거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학생모는 물론 작업모와 체육모, 패션모자에 이르기까지 품질이 우수한 모자를 생산해 승승장구했다. 광주 시내 주요 백화점 납품은 물론 호남, 제주지역까지 수많은 거래처를 뒀다. 지금의 롯데백화점 자리에 종합버스터미널이 있던 시절에는 물건을 받으려는 상인들로 가게 앞에는 매일 새벽 장사진을 이뤘다.

윤 대표는 “그때는 얼마나 일이 많았던지 '제발 손님이 그만 좀 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2013년 찾아온 위기

신성모자는 80년대 교복 자율화 조치로 학생 모자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사세가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제품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회사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윤 대표는 1991년 1대 창업자인 매형으로부터 회사경영을 물려받아 성실함과 기술력,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회사경영이 안정권에 들어서자 평소 등산을 좋아하던 자신의 특기를 살려 등산 장비 전문점을 운영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다.

하지만 2013년 위기가 찾아왔다. 신성모자 본점 건물에 불이 났다. 큰 화재로 인해 건물과 상품을 모두 잃었다. 그 와중에 보험회사와 화재 보험금 지급을 놓고 소송에 휘말려 지금까지 고충을 겪고 있다. 윤 대표는 화재로 인해 거의 모든 것을 잃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화재 건물 옆에 현재 매장을 열어 과거 명성 회복과 대를 이어가는 가게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모자와 오래된 장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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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모자는 광주에 몇 개 남지 않은 모자 도소매 전문점이다. 50여 평쯤 되는 매장은 등산모에서 일명 '맥아더모자'까지 발 디딜 틈도 없이 다양한 모자로 가득 차 있다. 매장 중앙에는 요즘 인기가 많은 다양한 방한모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털실로 짠 '벙거지'와 '군밤장수 모자' 등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모자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른쪽에는 학교와 회사, 동호회 등 각종 단체를 위한 '행사용 모자'와 젊은 취향의 '야구모자'와 '볼캡모자' 등이 전시됐다. 매장 안쪽에는 여름용과 겨울용 등 여러 재료로 만든 중절모가 겹겹이 쌓여있다. 이 밖에도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이 써 유명해진 '맥아더 모자', '마도로스 모자'와 새의 입처럼 생긴 '사냥꾼 모자', 둥근 테를 두른 바가지 모양의 '슈바이처 모자'까지 모양과 용도, 재질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모자가 전시됐다.

신성모자에는 다른 가게에서는 보기 힘든 오래된 장비도 있다. 모자 크기를 늘려주는 철재 머리 모형과 둥근 나무로 만든 확장기 등이다. 철재 모형에는 모자를 씌운 뒤 둥근 막대 등으로 두드리며 크기를 조절한다. 나무로 만든 확장기는 모자 안에 넣은 뒤 나사를 돌려 크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모자가 날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고무줄 끈은 윤 대표가 직접 고안해 만들었다.

남다른 이웃사랑 실천

윤 대표는 요즘도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 후 상가 주변을 소독하는 일이다. 당시 전남대병원을 갔다 코로나의 심각성을 인식한 후 동사무소에서 분무기와 소독약을 받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광주일고에서 충장파출소까지 충장로 5가 전 구간을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소독작업을 한다. 지금까지 602일 동안 소독약 2만6,000리터를 뿌렸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광주시로부터 유공시민 표창까지 받았다. 또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헌 옷과 폐지를 모아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고 동네 청소도 도맡았다. 화재사고 등으로 절망에 빠졌을 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웃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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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가게를 이어갈 후계자가 나오지 않겠냐"

"점차 사라져가는 오래된 가게의 기업가 정신과 상술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노포박물관(老鋪博物館)이나 노포집단상가 건립 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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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모자

  • 062-223-7422
  • 광주 동구 충장로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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