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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가 보지 못할 미래에 관한 모든 것 임용현 작가 인터뷰 2023.11 북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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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하면 빛, 빛 하면 광주!
  • 미디어 아티스트 임용현 작가를 소개합니다.

Intro

연극배우를 꿈 꾸던 그가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던 이유
미디어 아티스트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 합니다.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임용현(1982~) 작가는 실제의 사물 위에 가상의 영상을 투사하는 ‘3D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통해, 미디어의 양면성에 주목한 작업을 해왔다. 그는 광주 출신으로 2014년 ‘미디어는 무기다’라는 서울 개인전을 시작으로, 광주에 기반을 두고 홍콩, 중국, 대만 등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중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가 처음부터 미술을 공부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연극배우를 꿈꿨다가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이후 영화, 영상, 방송 등 미디어와 관련된 현장을 다년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미디어’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작업으로 풀어내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그의 작업 여정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미디어라는 동시대 현상에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상상하고 탐사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은 새로운 영상작업들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임용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디어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임용현 작가

임용현 작가

  •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미디어의 양면성과 사회에 대하여 작업하고 있는 임용현입니다.

  • Q.

    과거 영화 조감독과 영상프로듀서, 방송국PD로도 일했는데, 어떻게 ‘미디어아티스트’로 전향하게 되었나요?

    A.

    영화 쪽에서 일할 때는 무언가 ‘내가 예술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느꼈지만 경제적으로 너무 빈곤하여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송국에 취직하게 됐는데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생긴 반면, 예술적인 부분에서 결핍이 느껴졌어요.

    큰 고민 없이 일을 그만두고 미술을 하기로 결정한 후 바로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전통적인 미술장르에 대한 경험이 전무 했지만, 다행히도 현대미술에서 매체 간의 영역이 무너지고 있는 시점이었고 당시 제가 가장 익숙하고 잘 다루는 매체가 미디어라 자연스럽게 미디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방송과 영화 일을 하면서 느낀 것들이 자연스럽게 작업 주제로 연결되었던 것 같습니다.

  • Q.

    영국 첼시 컬리지 오브 아트(Chelsea Collage of Art and Design)에서의 유학 생활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A.

    환상적인 시간 그 자체였죠. 전통예술매체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저에게 유학생활이 단비와 같았던 이유가 바로 학교의 시스템이었습니다. 목공과 철조, 소조작업 그리고 도자기까지 모든 작업환경이 제공되어 정말 신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조형적 경험과 미디어매체의 경험이 융합되는 과정이 유학 시절이었고, 제 작업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법인 ‘3D프로젝션 매핑’도 바로 이때 처음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아티스트가 말하는 ‘광주’

  • Q.

    다시 광주에 돌아와서 작업을 시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처음 광주에 돌아왔을 때는 고향이 광주이긴 하지만 오히려 낮선 느낌이었습니다. 미술계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점차 좋은 동료 및 선후배작들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서로 응원하며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아마도 광주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기에 가능했고 또한 타지역과 비교하여 문화예술의 지원이 풍성해서 이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 Q.

    광주에서 미디어 작업을 하면서 좋은 점이 있었나요?

    A.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당시 작업공간이 없어 고민이 있었는데 다행히 레지던시에 입주하면서 고민없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입주기간이 끝나면 또 작업공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작업공간에서 보냈고 그 기간동안 나온 작업들이 지금까지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아티스트에게 듣는 작품 이야기

  • Q.

    작가님의 첫 작품은 어떤 작업이었나요?

    A.

    첫 작품은 사실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데 ‘나’에 관련한 작업이었어요, 과거의 나, 영화조감독, 방송PD로서 남긴 흔적들을 이용한 것이죠. 이제 내가 미술의 영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지점이라는 스스로의 다짐, 그리고 앞으로 작가로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바람을 담은 작업이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과거에 촬영했던 35mm 필름 위에 제 이름을 프린트하고 과감히 자르고 녹여서 장미의 형태로 만들고 그것을 크랙이 생긴 크리스탈 레진 속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빛을 비춰 크랙들 사이로 빛이 더욱 산란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시각적 요소들은 미래의 내가 어떤 아우라를 만들어 내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Delight〉, 3D projection Mapping, Empty can, Beam projector, Mac pc, 1500x800mm, 3min 3sec, 1080p, 2018

  • Q.

    작가님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Delight〉는 어떤 의도가 담긴 작품인가요?

    A.

    〈Delight〉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환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보는 이미지들은 실존의 이미지 혹은 사물에 기술적 기법을 통해 실재보다 더 큰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복제되고 가공된 이미지들을 통해 자극된 상상이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광고를 통해 화려하고 매력적으로 포장된 상품의 이미지가 우리의 소비욕구를 증가시키는 것과 같은 현상이기도 하고, 뜨거운 여름 편의점의 콜라를 구입하고자 하는 생각과 함께 광고에서 보여주는 청량함이 무의식을 자극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통해 ‘콜라’라는 오브제를 선택했고, 그 위에 복제되고 가공된 이미지를 입혀 완성한 것이 바로 〈Delight〉입니다.

  • Q.

    작가님이 자주 사용하시는 ‘3D 프로젝션 매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기술적으로는 카메라와 컴퓨터, 프로젝터 그리고 오브제로 구성된 기법입니다. 매핑할 오브제를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프로젝터를 연결하여 스캐닝을 하고 이렇게 얻어진 스캔 이미지 위에 영상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 영상을 오브제 위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Pure〉, 3D프로젝션 매핑, 가변설치, 2min 27sec, 2022

  • Q.

    최근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최근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환경과 인류세에 관한 작업인데요.
    요즘 드는 생각은 ‘인간의 활동이 지구와 자연, 그리고 인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없는가’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작업에 실천하는 것마저도 인간의 활동에 속한다는 딜레마를 겪고 있어요. 결국 미래는 디스토피아로 결정지어지고, 결국 인간은 지구와 함께 자멸하고 먼 훗날 지구는 인간의 역사가 지워진 새로운 지구로 새로운 연대기를 이어간다는 내용을 담은 〈아나스타시스〉라는 영상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나스타시스〉

  • Q.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보길 바라나요?

    A.

    〈아나스타시스〉를 통해 ‘파괴된 자연에서 환경을 위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회복하고 고치려 할수록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나비효과처럼 우리를 압박하는 게 아닐까? 우리의 노력과 바람은 옳은 길로 가고 있을까?’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임용현 작가의 앞으로의 이야기

  • Q.

    ‘임용현이 생각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A.

    아직은 예술이 무엇이라 명확히 말할 내공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단지 저는 제가 하는 행위가 누군가 예술로 인정해주는 것이 감사하고 제가 하는 작업이 누군가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사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창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임용현 작가
임용현 작가
  • Q.

    작가님은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A.

    그때그때 다른 방식으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때로는 책에서 얻기도 하고, 영화와 광고 그리고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도 영감을 얻습니다, 사실 거창하게 영감이라고 할 것은 없는데 아이디어의 단초를 얻어 그것들을 포스트잇에 무작위로 메모를 하고 벽에 붙이고 이것들을 응시하다 보면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작업의 주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Q

    지금은 작가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평소 상업적인 일과 작품활동의 간극을 명확히 하는 편인데, 최근 그 경계가 모호해지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은 분명히 상업적 상품으로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지만 예술가로서 경력을 노출시키기 원하는 클라이언트들에게 그 간극을 관철시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처럼 열심히 작업하는 것이고 상업적인 작업을 줄이고 작품활동의 비중을 많이 높일 생각입니다. 그리고 11월에 인도네시아 전시가 예정되어 있어 기대가 됩니다. 그곳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들어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Q

    마지막으로, ‘미디어 아티스트’를 꿈꾸는 MZ세대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A.

    겁낼 필요 없습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이것이라 생각한다면 시작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다수의 사회 초년생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기회보다는 좌절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분야에도 이것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 선택 아닐까요? 모든 시작은 두렵고 걱정이 앞서고 서툴기 마련입니다. 시작을 해야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으니 용기를 내서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임용현 작가

#못다 한 이야기

임용현 작가
  • Q.

    스트라이프 셔츠와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예전에는 옷을 고르는데 아주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는데 언젠가부터 이것도 아깝게 생각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스타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제 작업이 단순히 말하면 빛과 그림자로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정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스트라이프를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색 티셔츠를 멋스럽게 살릴 수 있는 몸매가 아닌 것도 있고요. 헤어스타일은 가장 손질하기 쉽고 어느 미용실을 가더라도 명확한 요청을 할 수 있어서 실패의 확률이 적기 때문에 이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 Q.

    작업 외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A.

    사실 제가 수면시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리 길지도 않고 체력이 약해서 낮잠은 필수요소 입니다. 잠깐 낮잠을 자면 집중도 잘 되고 더 오래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오디오에 관심이 많아져 LP음반 수집을 시작했고. 낮잠을 잘 때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곤 합니다.

인터뷰,글 | 소나영(nayeongs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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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by 모두의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