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메뉴 바로가기 서브 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메인 본문으로 바로가기

모두 읽기

모두 읽기

#INTERVIEW 기호화된 이미지 - 지금 우리 시대를 말하다 이조흠 작가 인터뷰 2023.11 북마크
상단  이미지
미리보기
  • MZ를 매료한 예술 능력자!
  • 예술로 소통하는 이조흠 작가를 소개합니다.

Intro

뒷모습과 앞모습이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을 통해
이조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이조흠 작가(1983~)는 광주 출신으로 시각예술분야에서 묵묵히 아버지의 화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양림동 작업실에서 노트를 펴놓고 작업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꾸준히 적곤 한다는 그는 최근 새로운 작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는 과거, 화면 안에 빽빽하게 채워진 캐릭터 속에 ‘작가의 뒷모습’이 들어간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누구나 다 아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캐릭터와 작가 자기 자신의 뒷모습이라는 생소한 조합을 통해 익명성 속에 존재하는 개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사회를 표상하고자 했다.

그는 1984년생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급격한 전환 과정을 모두 거쳐온 세대이다. 그래서인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의 전환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동시대의 현상들에 관심이 많다. 최근의 그의 관심 역시 이러한 맥락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작업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이조흠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비주얼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이조흠 작가

  •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시각예술작업을 하고 있는 이조흠이라고 합니다. 그림,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며, 현대인의 모습과 삶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 Q.

    화가인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많이 접했을 것 같은데요. 언제부터 작가가 되겠다 결심하셨나요?

    A.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항상 혼자 무언가를 만들며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런 일들에 나름의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작업실과 전시를 보며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 부모님과는 다른 모습과 일상의 모습이 저에게 특별해 보였고, 나이를 먹으며 저도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자신이 만들어 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일을 한다는 게 저에게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작가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 같습니다.

화가 이강하 (1953~2008)

그는 한평생 무등산을 품은 광주에서 예술세계를 올곧게 펼쳐나갔다. 작품활동 중 80년대 5월 시민군으로 활동하며 남도의 ‘맥(脈)’연작과 ‘영산강과 사람들’, ‘무등산’연작 등을 대표작품으로 선보였다. 광주가 사랑하는 작가로도 불리는 그는 아직까지도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티스트에게 듣는 작품 이야기

  • Q.

    초반에 ‘캐릭터’, ‘자신의 얼굴’로 독특한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 이런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셨나요?

    A.

    저는 피부를 맞대고 살아가는 소재를 선택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소재 중에 하나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캐릭터들을 현대인을 대변하는 인물로 바라봅니다.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를 의인화한 하나의 기호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안에서 살아가는 저에게 이런 소재들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관람자들 또한 익숙할 것입니다. 이러한 익숙함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관객과 저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미술적이지 않은 소재들이 전시장에 놓였을 때의 느낌 그 자체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소재 선택과 작품의 팝적 룩은 관객에게 취하는 적극적인 저의 제스쳐입니다. 유명한 캐릭터는 저와 관객이 함께 알고 있는 유명인쯤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시장에서 저는 그 유명인에 대해 혹은 그를 통해 투영되는 우리의 삶에 관해 수다를 떨고 싶습니다.

〈blue 1〉, acrylic on canvas, 45.5x33.5cm, 2019

〈intersection of social - smurf〉 이조흠, 캔버스 아크릴릭 112 x 162cm 2013

  • Q.

    ‘세모, 네모, 동그라미’ 연작은 이전의 작품과 어떻게 다른가요?

    A.

    데뷔 때부터 작업해왔던 ‘앞모습과 뒷모습’ 회화 시리즈 작업은 기존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을 선택해 작업에 끌어들였습니다. 이 작업에서는 두 가지의 태도가 화면 안에 충돌하는 이야기입니다. 남과 여, 기성세대와 신세대 등 빠른 변화 속에서 가치관이 충돌하는 상황을 은유합니다.

    반면에 세모, 네모, 동그라미는 3가지 태도가 충돌하는 이야기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인간의 유형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 것이죠. 조금 더 직접적이고 알아보기 쉬운 도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도형에 표정을 넣었어요.

    세모, 네모, 동그라미 작업은 제가 만든 캐릭터라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확장성을 지니기도 합니다. 〈3 types of humans〉 시리즈는 언제든지 다양한 주제와 만나 변형, 응용이 가능한 점에서 다양한 주제를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types of humans>, print on banner, installation on street, variable size, 2020

  • Q.

    최근 ‘이모지(emoji)’로 새로운 작업들을 하고 계시는데요, 왜 ‘이모지’로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이모지’가 지금 시대에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국경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이모지를 사용해 온라인에서 소통합니다. 저는 이모지가 지금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기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sampling-emoji〉, pen on paper, acrylic pannel installation, variable size, 2022

  • Q.

    〈sampling-emoji〉 연작은 어떤 작업인가요?

    A.

    〈sampling-emoji〉 시리즈는 컴퓨터로 소묘를 하고, 기계를 통해 제가 그린 ‘선’을 다시 재현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일종의 판화 같은 작업입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작업들을 ‘샘플링(sampling)’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이모지’를 소묘로 옮기고 그것을 다시 출력하고 재현하는 방식으로 최종 작업물을 만듭니다. 저는 이 방식 자체와 이모지가 가진 상징성이 지금 시대적 감각, 기호라고 느꼈습니다. 디지털을 다시 아날로그로 변형시키거나,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향유하는 지금 시대의 모습과 이 작업은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모지라는 지극히 디지털적인 소재를 소묘라는 전통적인 양식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역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중간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에 관한 단편을 작업으로 옮긴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듯합니다.

  • Q.

    Q. 작가님의 작품은 시각적으로는 위트있고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데, 알고보면 개념적 작업인것 같아요.
    이러한 시점에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A.

    팝적인 소재의 작업들은 단편적으로 관객들에게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예로 캐릭터들이 작품에 등장하면 아이들이 보는 작품, 혹은 행복, 즐거움만을 이야기하는 작업이라고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편견에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키치’나 ‘팝’은 차가운 감각이 바탕에 깔려있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작업도 그러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카츄’를 통해 지금 시대의 풍요로움과 허무함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Q.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하는 팁이 있다면요?

    A.

    제 작업에 질문을 던지면서 감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왜 뒷모습은 앞모습들과 공존하는지, 유명한 캐릭터가 끝없이 반복되면, 특별한지 평범한 것인지, 우리에게 대중매체는 즐거움인지 슬픔인지, 질문을 던지다 보면 좀 더 풍부하게 작업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작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예술작품은 우리가 평소에 알던 것들의 또 다른 면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Q.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A.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지금’을 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조흠 작가의 생각 엿보기

  • Q.

    이조흠이 생각하는 ‘예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예술이란 걸 찾아가는 중입니다. 결국에 예술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지 못하고 죽을거 같긴 합니다. 그걸 찾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고, 그게 누군가에게 영감을 준다면, 그게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의 의미가 애매모호해서 많은 작가들이 스스로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Q

    작가님은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A.

    저는 작가라는 직업이 관찰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자신의 이야기로 끌어들이죠. 저는 관찰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아요. 제가 관찰하는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Q.

    지금은 작가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좋은 작업을 하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항상 이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항상 생각처럼 되진 않더라구요. 잘 먹고 잘 사는게 계획입니다.(웃음)

# 아티스트가 말하는 ‘광주’

  • Q.

    광주에서 태어나서 어린시절을 보낸 작가님에게 활동무대로서 ‘광주’는 어떤 의미인가요?

    A.

    광주에 대한 자긍심이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지켜준 도시이고, 저희에게 물려준 도시입니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그것이 우리 세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느끼며 살아갑니다. 제가 광주의 역사적 의미를 작업에 다루지 않더라도 여기에 산다는 것만으로 예술활동에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광주에 많은 도움을 받으며 작업해왔습니다. 창작활동 하는데 있어서 광주는 정말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광주를 사랑하고, 항상 고마워합니다. 더 많은 예술 관련자들이 광주에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 Q.

    광주가 예술 활동을 하기에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A.

    광주 미술계는 현재 젊은 작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좋은 선배님들과 후배님들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예술 관련 일들이 타 지방에 비해 많습니다. 비엔날레가 열리고 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좋은 미술관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아시아문화전당도 있어서 좋은 전시, 기회들이 많습니다. 참여할 수 있는 공모나 사업들도 많고, 전반적인 인식과 수준이 높습니다. 나름의 비전과 실력이 있다면 충분히 활동할 수 있습니다. 학연 지연이 있어야 된다는 인식은 광주 미술계에서는 없어진 지 오래라고 생각합니다.

    열정 있는 기획자들도 많아 작업만 좋다면 충분히 교류할 수 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좋아 나름 환대해주는 분위기입니다. 오랜 시간 도시가 예술로 많은 일들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Q.

    마지막으로, 시각예술 작가를 꿈꾸는 MZ세대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조언이라기 보다 최근 제가 깨달은 것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작가는 세상을 구성하는 직업 중에 하나인 듯 합니다. 밥먹고, 연구하고, 작업하고, 전시하고, 돈벌고, 그리고 반복. 옆집 돈가스 사장님도 이 과정을 거치며 살아가는 듯 합니다. 특별한듯 하지만 생각보다 지루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의 세상 안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찾아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

  • Q.

    작품활동 외에도 디제잉 활동도 하시는데요, 디제잉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떤 점이 매력이 있나요?

    A.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힙합음악이 저의 친구이자 놀이터였어요. 자연스럽게 취미로 디제잉을 시작했고, 음악관련 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nop’ 라는 힙합음악 레이블도 만들어 지역의 뮤지션들과 음반 제작도 했었고, 행사나 교육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취미이자 저에게 또 다른 밥벌이가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전시행사에서 디제잉하고 있는 이조흠 작가

인터뷰,글 | 소나영(nayeongso@daum.net)

3222명이 보고갔어요
Source by 모두의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