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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빛나는 시청, 광나는 인생 시청 구두수선소 김기승 사장 인터뷰 2023.07 북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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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시청 직원들의 발이 되어주는 구두닦이 ‘김기승’사장을 소개합니다.
  • 김기승, 한영미 부부의 ‘광나는’ 인생이야기
광주시청 직원들의 발이 되어주는 사람, 시청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장인. 19년 구두닦이 ‘광나는’ 인생, 김기승 사장

구두수선소.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그만큼  무언가를 고쳐 쓴다는 것은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어색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구두만큼은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이 좋다. 고쳐 신고, 닦아 신는 구두는 마치 나의 몸 일부가 된 듯 익숙하고 편안하다.

여기 광주시청 직원들의 발걸음을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시청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장인. 신발을 보면 바로 누구 신발인지 주인을 1초 만에 맞추는 김기승 · 한영미 부부의 구두닦이, ‘광나는’ 인생이야기를 들어보자!

구두를 닦고 있는 김기승 사장 부부
  • Q

    원래는 옥외광고업을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구두수선소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기승

    원래 저는 옥외광고업을 운영했던 대표였습니다. 광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잘 됐는데, 이런저런 이유와 보증문제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순간을 맞이했죠. 마흔 살에 새로운 시작을 해야 했어요. 이후의 직업에 대해 고민하던 중 우연히 광주시 홈페이지에 구두수선소 운영자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고 입찰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일명 딱새가 된 거죠. (웃음)

  • Q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었는데, 남다른 각오가 있었나요?

    김기승

    무슨 대단한 각오가 있었다기보다는 절박했습니다. 구두에 대해 전혀 모르고 기술력도 전혀 없는 상태여서, 시내 길가에 있는 구두수선소 사장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전문기술을 익히며 이 일을 시작했어요. 구두를 닦아봤던 경험은 군대 시절이 전부였지만, 그때 구두를 잘 닦는다는 말을 듣곤 했거든요. 한 번 보면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눈썰미가 있고 손재주가 좋은 편이긴 했어요.

  • Q

    처음에는 많이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막 시작할 때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김기승

    그래도 제가 자신이 있었던 한 가지는 바로, 광고업 대표로서 쌓아왔던 영업과 마케팅 능력이었습니다. 단순히 자리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제가 직접 사무실로 찾아가는 서비스로 수요처를 발굴하고 회원제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 Q

    구두를 보면 바로 주인을 알 수 있다? 그 정도면 천재 아닌가요? (웃음)
    학창시절에 공부도 잘하셨겠어요.

    김기승

    (고개를 흔들며) 아니요. 부잡했어요. (웃음)

구두를 닦고 있는 김기승 사장
구두를 닦고 있는 한영미 사모님

# 구두 관리와 수선의 모든 것, 그것이 알고 싶다!

구두를 닦고 있는 한영미 사모님
  • Q

    구두수선소의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요?
    시청 직원들이 많겠어요.

    한영미

    네. 주 고객은 시청 직원이에요. 그리고 시청 주변에 관광소 직원들도 많이 찾고 있어요. 시청 내에선 남자 손님이 90% 이상이고, 여자 손님은 구두 수선(구두 굽이나 밑창 보강)이 많은 편이에요.

  • Q

    구두를 잘 닦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구두 광은 어떻게 내나요?

    한영미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그냥 꼼꼼하게 닦아요. 2007년부터 이 일을 했으니 경험도 많이 쌓였고요. 우리는 물광을 내는데 물광이 오래가요. 물 묻혀서 닦아주는 것. 그게 물광이에요.

  • Q

    구두 잘 닦는 법, 특급 비밀인가 봐요. (웃음)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신발을 수선하고 관리하시나요?
    사장님의 일과가 어떤지 궁금해요.

    한영미

    하루평균이요? 안 세봐서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100켤레 이상은 꾸준히 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캐주얼화, 구두, 운동화, 샌들 등 신발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또 고급 소재에다 색깔도 다양해서 더 꼼꼼하게 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립니다. 일과는 특별한 게 없어요. 저는 출근하면 구두를 닦거나 수선하고, 남편은 구두 수거와 배달을 맡고 있어요.

  • Q

    어떻게 ‘사모님은 구두 닦는 것과 수선,
    사장님은 수거배달과 고객관리’로 분업하게 되셨나요?

    한영미

    저는 구두수선소 오픈할 때부터 함께 했던 것은 아니고, 2년 후에 합류했어요. 막내가 어려서 막내를 좀 더 돌봐야 했거든요. 저는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구두를 닦고 수선하는 일을 더 잘했고,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보다 구두를 만지는 게 더 좋았어요. 남편도 구두를 잘 닦지만, 그보다 타고난 게 있어요. 기억력도 좋고 눈썰미가 있어서 사람을 잘 기억하죠. 그래서 구두를 가져오고 배달하는 일도 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분업이 됐어요. 지금은 남편이 구두를 배달 가면, 그동안 수거한 구두를 닦거나 수선을 해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다 보니 손발이 잘 맞아서 이제 일을 빨리할 수 있게 됐어요.

  • Q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온종일 부부가 같이 있다 보면, 다투는 일은 없나요?

    한영미

    원래 잘 안 싸우는 편이에요. 서로 맞추는 것도 있지만 남편이 눈치가 빨라요. 제 표정을 보면 다 알고요. 그리고 사실 남편이 더 맞춰주고 저도 뒤끝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싸울 일이 없는 편이에요. 그리고 남편이 농담도 잘하고 재미있는 성격이에요. 저는 고지식한 면이 있었는데. 남편한테 농담하는 법도 배웠죠.

구두를 닦고 있는 손

# 500명의 단골 확보, 그 비결이 궁금하다!

구두를 닦고 있는 사장 아내
  • Q

    ‘회원제 서비스’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김기승

    ‘회원제 서비스’는 월 1만 원에 주 2회 구두를 닦아주는 것입니다. 한 번에 1200원인 셈이죠.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했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어서 인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 Q

    그동안 구두수선소를 운영하면서 ‘나만의 노하우’나
    영업전략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김기승

    평소에 친화력이 좋은 편이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해요. 눈치가 빨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는 편이고요. 또 기억력이 좋은 편이에요. 타고난 것 같아요. 구두를 보면 주인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죠.

  • Q

    그럼 구두수선소 회원들이 어디에서 일하시는지 모두 파악하고 계시나요?

    김기승

    네. 인사 시즌에는 인사내용을 파악해 이동한 사무실로 찾아가곤 합니다. 인사이동 했는데 찾아오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말하는 직원도 있었어요. 최대한 고객의 입장을 배려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구두의 달인, 구두 스타일로 성격을 알아본다!?

  • Q

    19년 동안 시청 직원들의 신발을 책임져오셨는데요,
    신발로 성격도 파악하신다고요? 신발 스타일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요?

    김기승

    그동안 봐온 바에 따르면, 구두코가 날카로운 구두는 까칠한 성격이며 추진력이 강한 면이 있으신 분들이 주로 신는 스타일의 구두입니다. 남녀 비슷합니다이~(웃음) 구두코가 약간 타원형인 구두는, 내성적인 면이 강하고, 나의 마음을 남에게 잘 보여주지 않는 성격의 분들이 신는 스타일입니다. 구두코가 완전 타원형인 구두는, 원만한 성격이며, 뭐든지 다 퍼주는 스타일입니다이~ 요즘 이런 성격을 가지신 분 사귀면 안됩니다이~ 남자든 여자든(웃음)

    김기승 사장님이 보는, 3가지 유형의 신발과 성격의 연관 관계

    • 구두코가 날카로운 구두

      까칠한 성격이며
      추진력이 강한 면을 가진
      강인한 스타일이라고 해요.

    • 구두코가 약간 타원형인 구두

      내성적인 면이 강하고,
      나의 마음을 남에게
      잘 보여주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해요

    • 구두코가 완전 타원형인 구두

      원만한 성격이며, 배려심이 깊고
      뭐든지 다 퍼주는 스타일이라고 해요.

# 신발의 변화는, 세대의 가치관 변화

반짝반짝하게 닦인 구두들
  • Q

    최근 시청 정례회의에서 ‘신발을 통해 느낀 공직자의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옛날 공무원과 요즘 공무원이 어떻게 다른가요?

    김기승

    불과 10년 전만 해도, 디자인 차이가 미미한, 거의 비슷한 모양의 검은색 구두가 많았습니다. 500명의 회원이라면 거의 500켤레의 구두가 다 비슷했다고 봐야지요. 지금은 사실 500분의 회원을 관리하지 않습니다. 한 250명 정도? 언젠가부터 구두가 아닌 다양한 신발을 신고 업무에 임하는 분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띕니다. 색도 예전엔 거의 검은색이었고, 간혹 아주 진한 밤색이었지만, 지금은 색도 디자인도 다양하고 운동화도 많이 보입니다.

    복장도 흔히 모나미룩이라고도 하지요? 예전엔 정장 차림이었습니다. 검정과 화이트, 색이 있는 정장이더라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정장 차림이었다면, 지금은 청바지도 많이 입으시고, 특히 여성분들은 다양한 컬러의 원피스와 저는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 스타일들의 복장으로 출근한 모습을 봅니다. 물론 민간의 직업군에 계신 분들보다는 차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다양하고 유연한 복장의 출근룩을 마주합니다. 저는 이러한 신발의 교체는 세대의 변화이기도 하고, 청 내의 업무에 임하는 각 직원분의 가치관 변화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 Q

    구두수선소를 운영하시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체감하고 계시네요.
    ‘나만의 운영 철학’이 있나요?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영미

    꼼꼼하게 닦는 것. 그리고 우리 부부는 아파도 구두수선소 문을 열고 있어요. 쉬는 날(수요일, 주말)이 있으니까 될 수 있으면 문을 열고 있어요. 성실한 편이고요. 특별한 바람이 있는 것은 아니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김기승

    운영 철학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상대를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지금 삶에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몸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구두수선소를 운영하겠습니다.

저는 시민과 공직자 모두가 함께
‘긍정’이라는 신발과 ‘혼자가 아닌 함께 같이’ 라는 신발을 신고 걸어갈 때
내일이 빛나는 광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광주시청처럼, 당신처럼, 빛나는 구두처럼

‘신발’이 주는 상징적 의미는 실로 다양하다.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때로는 한 인간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의미하기도 한다. 신발이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한 인간의 삶과 함께 가고 있기 때문일까? 낡은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신발의 변화로 세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것에서 또 가치관의 변화를 바라보는 광주시 구두수선소 사장님의 시선이 흥미롭다. 그의 손을 거쳐 간 광주시청에 있는 모든 이의 빛나는 발걸음처럼, 앞으로의 인생도 빛나길 기원한다.

Source by 모두의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