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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각장애인 사진동호회 ‘상상클럽’ 인터뷰
광주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주축인 사진 동호회가 있다.
이름은 ‘상상 클럽’.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을 마음으로 그려보는 ‘상상(想像)’에서 따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동호회의 사진 촬영은 상상에서 시작한다.
회원들은 피사체를 직접 만져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비장애인 도우미의 설명을 들으며 풍경을 마음에 그린다.
그리고 충만해진 마음을 사진에 남긴다.
시각 장애인에게 사진은, 그리고 동호회 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재화 상상클럽 회장과 강금자 회원을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01
먼저 ‘상상클럽’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재화 회장
‘상상클럽’은 광주시 시각장애인연합회의 사진 동호회입니다.
2015년부터 했으니까 8년 됐죠. 스마트폰을 배우는 정보화 교육 시간에 사진 찍기도 배우면서 시작됐습니다.
현재는 전맹(빛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 약시(약한 시력을 가진 상태) 회원 19명이 활동 중이고요. 비장애인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02
사진은 어떤 방식으로 찍으세요?
이재화 회장
우선 약시인 분들은 혼자 촬영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요. 중증인 경우엔 작가님들이 도움을 줍니다.
전문 작가님들이 1:1 교육도 해주거나 비장애인 봉사자분들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03
두 분은 어떻게 동호회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강금자 회원
저는 스마트폰 교육을 듣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약시 정도로 보였는데요.
사진을 찍어보니까 예전에 보였을 때 봤던 풍경들, 꽃이나 그런 것들이 찍혔을 거라고 상상이 되고 재미있더라고요.
또 집에만 있다가 누군가하고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요.
이재화 회장
우선 약시인 분들은 혼자 촬영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요. 중증인 경우엔 작가님들이 도움을 줍니다.
전문 작가님들이 1:1 교육도 해주거나 비장애인 봉사자분들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03
장애인이 찍은 사진과 비장애인이 찍은 사진은 다른가요?
이재화 회장
맨 처음엔 달랐습니다. 엉성했어요. 구도도 안 맞고. 우린 그런 사진을 추구하기도 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삐뚤어진 사진을 찍으면 어때’ 싶었죠.
그러다가 작품성이 있어야 한다는 작가님들의 조언을 듣고 많이 노력한 끝에 지금은 거의 비장애인 수준으로 따라왔습니다.
회원 중에는 송상훈 회원이 사진작가가 됐는데요. 지금 사진작가협회에서 아주 열심히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05
사진을 찍고 나서 스스로 변한 점이 있으신가요?
강금자 회원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과 자신감이 생겼죠.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요.
제가 마음이 우울한 상태에서 사진을 배웠거든요.
근데 지금 보시기에도 제가 밝죠? (웃음) 지금은 마음에 기쁨이 있어요.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졌죠.
이재화 회장
출사는 여행을 동반합니다. 여행을 한다는 점이 즐겁기도 하죠.
장애인들은 가끔 우울한 시간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그런 게 많이 해소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06
활동하시면서 아쉬웠던 점도 있으세요?
이재화 회장
예산이 좀 더 지원됐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7~8년 됐는데 예산 부족 때문에 출사를 나갈 때마다 호남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요.
강금자 회원
이번에 출사 나갔을 때도 도와주는 분들 차를 타고 나갔는데, 감사하고 죄송하더라고요.
07
앞으로 작품 계획이랄지, 찍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강금자 회원
찍고 싶은 게 정해져 있다기보다 제가 꽃 같은 것도 만져봐서 사진을 찍거든요.
소소한 즐거움이어서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이재화 회장
비장애인 봉사자가 사진을 찍고 시각 장애인이 디카시(사진에 시를 쓰는 것)를 써보는, 일종의 협업도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08
마지막으로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 사회 구성원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강금자 회원
몸이 불편해 보니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는 시선과 친절함이 안 잊혀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은 삶의 활력이 되었고, 취미였던 사진 찍기는 전문 장비를 갖춘, 제법 진지한 작품 활동이 되었다. 함께 웃고 격려하며 상상클럽 회원들은 동호회 초기부터 생각했던 꿈, ‘세상에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 회원을 불러내’고, ‘장애 인식을 개선’하는 상상을 현실로 바꿔가고 있었다.
상상클럽 회원분들의 사진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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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미지 (hellomj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