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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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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면공업사

“쫄깃하고 오래가는 면이 최곱니다” 2022.06
자연건조방식으로 국수 만드는 서울제면공업사

“쫄깃하고 오래가는 면이 최곱니다”
기계식 아닌 자연건조 고집하는 광주 유일 국수공장
3년 된 간수 빠진 천일염만 사용해 맛도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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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년대를 관통해 온 사람들이라면 국수에 얽힌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먹을 게 없었던 시절, 국수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던 여름철 별미 식재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라면이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던 시절. 어머니는 국수를 사다가 ‘살강’이나 ‘곳간’ 어디메쯤 감추어 둔다. 그럼 간식이 필요한 개구쟁이들은 아직 삶지않은 생 국수다발에서 가늘고 딱딱한 국수 가닥을 몇 개 뽑아 오도독 씹어 먹었다. 배고픔을 면할 수준으로는 먹을 수 없다. 너무 많이 뽑아 먹으면 국수 다발이 흐믈흐물해지면서 ‘탄로’나기 때문이다.

그 때 몇가닥 뽑아 먹던 국수 가닥의 맛이란…. 짧짤하면서도 오도독거리며 씹혔다가 입안에 남는 밀가루 맛. 지금 생각하면 무슨 맛이랴 싶겠지만 맛있었다. 물론 삶아서 찬물에 식힌 면발을 엄마가 몇 가닥 집어 넣어주면 먹었던 그것도 맛있었지만 몰래 먹던 국수는 좋았다.

추억을 소환하는 국수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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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류병서 전 대표의 아들 류건용씨

서울제면공업사 취재를 갔다가 맛본 국수 면발이 그랬다. 짭쪼름한 게 계속 먹고 싶을 정도로. 서울제면은 광주에 유일하게 남은 자연건조방식으로 국수를 뽑는 집이다. 이런 집은 이제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다. 그럴 수 밖에. 생활수준 향상과 먹거리 다양화로 국수 소비가 많이 줄었고, 품이 많이 드니 사라질 밖에. 그래서 그 흔하던 국수공장들이 다 문을 닫았다.

서울제면공업사가 국수를 생산한지는 올해로 52년째. 1970년에 류병서(84) 전 대표가 공장을 인수해 지금까지 한결 같이 국수를 재래방식으로 뽑아 팔고 있다. 이 공장은 원래 류 씨가 인수하기 전에도 이미 15년 여 정도 국수를 생산했으니 공장 자체가 국수를 뽑아낸 것은 거의 70여년에 가깝다. 동곡에서 농사짓고 살던 류씨는 순전히 ‘먹고 살기’ 위해 이 공장을 인수했다. 여름엔 국수를 생산하고 나머지 시즌엔 방앗간으로 운영했다. 70년 전후만 해도 공장이 있는 송정매일시장 인근에 국수공장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문을 닫고 남은 유일한 공장이 이곳 서울제면이다. 지금은 류씨의 아들 건용 씨(55)와 며느리 박미선씨가 맡아 2대째 운영한다. 건용씨가 아버지 뒤를 잇고 있는 기간만도 벌써 20년을 넘겼다.

자연건조에 천일염으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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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면의 자연건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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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면의 자연건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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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면의 자연건조방식

서울제면의 국수가 유명하고 오늘날 다시 빛을 보는 이유는 그렇다. 기계화 바람이 불 때 다른 공장들은 모두 기계식 건조방식으로 돌아섰지만 이곳만은 자연건조방식을 쓴다. 뽑은 면을 열풍을 말리지 않고 틀에 걸어 자연바람으로 말린다. 그래서 이곳은 1년 중 6월부터 9월까지만 국수를 생산한다. 기온이 놓고 습도가 적당한 시기다. 국수를 말릴 때 너무 건조하면 안된다. 적당한 바람과 습기가 있어야지만 면이 바스라지지 않고 적당한 찰기를 유지한 채 마르기 때문이다. 온도가 낮으면 갈라지고 빨리 마르면 부서지고 천천히 마르면 늘어지는 데 자연건조를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건조방식 명인인 건용 씨는 “자연건조했지만 면은 건조상태가 매우 좋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그래서 이 공장의 국수는 삶아 놓으면 쫄깃함이 오래가고 면발도 굵은데다 흐물거리지 않는다. 요즘 공장에서 나오는 일반 국수들이 면발이 가늘고 삶으면 힘이 없어 쫄깃함이 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좋은 국수는 삶아놓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살아나는데 서울제면의 국수가 그렇다.

이곳 국수의 강점은 또 있다. 요즘 일반국수는 기계식 건조라 말리는 과정에서 부패염려가 없어 소금을 거의 쓰지 않는다. 되레 장기보관을 위해 방부제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서울제면의 국수는 소금간을 좀 많이 한다. 그 소금이 바로 3년간 간수를 뺀 국산 천일염이다. 생으로 먹으로 짭짤한 게 그래서다. 소금을 넣는 것은 건조과정에서 부패를 막는게 1차 목적. 소금 탓이 이곳 국수는 삶아서 먹을 때도 간간한게 입맛에 딱 맞다. 천일염 사용이 많아 이 공장은 전용 소금창고도 갖추었다.

품질 알려지면서 유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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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1일 "한국인의밥상"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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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면 외관

이런 제조 과정과 특성이 알려지면서 서울제면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는 실제로 이곳 면을 구입해 먹고 품평하는 영상들까지 올라올 정도다.

3개월여 여름 동안 생산하는 국수는 20kg 밀가루 포대 1만5천여 개 분량. 하루 평균 1톤 정도씩 만들어 연중 판매한다. 요즘 국수시장이 살아나고 소문이 나면서 생산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단한 마케팅이나 온라인판매 등을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쇄도한다. 단골도 많고 선물용으로도 많이 나간다. 국수는 흰국수와 메밀국수, 치자국수 등이며 1.5kg짜리 셋트로도 판매한다. 공장 바로 앞에서는 박미순 대표의 여동생 부부가 서울제면의 국수를 활용해 국수집을 운영중인데 꽤 유명한 맛집이다.

박 대표는 국수뽑는 기계나 건조장 등 시설을 일부 현대화하고 생산량을 늘려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지만 여력이 없다. 국수 말고도 또 다른 주력이 방앗간과 떡집인데 그것도 바쁘기 때문. 박 대표는 다만 “가게 이름을 좀 바꾸고 포장 개선 등 일부 변화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용 씨는 “방앗간 일 등으로 바쁘고 제조과정도 힘들긴 하지만 자연건조방식은 유지하고 싶다”며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관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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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면공업사&서울떡방앗간

  • 평일 06:30 ~ 21:00
  • 062-944-0538
  • 광주시 광산구 송정로 8번길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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