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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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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장수촌닭

“광주에서
  닭 코스 요리 하면 우리죠~”
2022.08
편집자주
글·사진 김영진 작가
"닭볶음→백숙→닭죽
으로 이어지는 닭 요리의 향연"

닭 코스 요리로 유명한 본촌동 해남장수촌닭
위생 우려로 ‘육회’ 중단했지만 단골들 여전히 북적

2000년대 초반 KBS에 ‘스펀지’라는 인기 프로그램이 있었다. 거기에서 소개된 내용 중에 “광주에 가면 〇〇〇를 먹는다.”는 문제가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정답이 ‘닭 육회’였다. 타지역 사람들은 ‘닭을 생으로 어떻게 먹느냐’며 놀라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닭을 잡아 일정 부위를 생으로 먹는 풍습은 전라도 지역에선 과거 흔하디흔한 풍경이었다.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 뒤처리하고 난 후 어른들은 즉석에서 모래주머니며 닭발 등을 다져 먹었다. 사실상 닭 코스요리는 이것이 발전한 음식이다.

또 이걸 상업적인 메뉴로 개발해 ‘히트’시킨 곳이 해남의 어느 가게였고, 주변 식당들까지 가세해 일약 닭 요리촌으로 발전한 게 닭 코스요리의 진화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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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장수촌닭

이번 호에 소개하고자 하는 ‘해남장수촌닭’의 원조가 바로 해남이고 이름에 ‘해남’을 쓰고 있는 이유도 그러하다. 물론 해남에서는 촌닭이라는 이름 대신 ‘통닭’이라고 통칭한다. 우리가 배달시켜 먹는 기름에 통째로 튀긴 튀김닭을 가리키는 그 ‘통닭’이 아닌, 통째로 다 먹는다는 의미로 해남에서는 그렇게 부른다.
서론이 길었던 것은 본촌동 ‘해남장수촌닭’이 바로 그 뿌리는 해남에 두고 있어서다. 이름에 ‘해남’을 떡 허니 박고 있다.


광주에서 닭 육회 식당요리로 유명해져

앞서도 말했지만, 닭 육회는 전라도 지역에서는 대체로 먹던 음식이었고 간헐적으로 취급하던 곳들도 몇 있었다. 그러나 이걸 유명하게 만든 곳은 해남의 ‘장수통닭’ 상호를 가져다 광주에서 본격적으로 장사한 본촌동 ‘해남장수촌닭’이라고 해도 옳겠다. 본촌동 해남장수촌닭이 오늘날까지 ‘장수’하며 성업 중인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해남 장수’라는 이름값과 ‘닭 육회’ 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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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38) 대표와 그의 어머니 배귀심(66) 씨

본촌동 해남장수촌닭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01년. 지금은 김영준(38) 씨가 대표로 있지만 초대 사장님은 그의 어머니인 배귀심 씨(66)였다. 해남 삼산면에서 살던 배 씨가 광주로 이사 오면서 문을 연 식당이 바로 이곳 본촌동 해남장수촌닭이다. 상호와 메뉴는 해남의 원조 ‘장수통닭’에서 거의 그대로 따왔다. 물론 원조 장수통닭의 양해를 받았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배 씨가 광주로 이사 오기 전 해남에서 살 때 5년여 간 원조 장수통닭에서 근무했었기 때문, 배 씨는 그때 이리저리 요리 레시피를 익혀두었고, 광주에서도 먹힐 것으로 확신했다.

닭가슴살과 닭발 다진 것, 모래주머니를 싱싱한 상태로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양념 육회로 먹는 닭 육회는 먹어 본 이는 안다. 오돌오돌 씹히는 닭발, 탱글탱글 씹히는 모래주머니, 부드러운 닭 가슴살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예상대로 성업했고 지금은 유명한 식당이 됐다. 배 씨는 “초기엔 가게 옆에 사육장까지 있어서 ‘수급’이 원활한 덕분에 잘나가던 시절엔 하루 135마리까지 잡아서 판 기억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이 식당을 있게 한 ‘닭 육회’를 먹을 수 없다. 5년여 전부터 육회는 코스에서 뺐다.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조심스러워하는 손님들이 많아지자 아예 중단했다. 또 과거처럼 건강한 닭을 키우다가 즉석에서 잡아 요리해줄 때면 가능하지만 점점 닭 사육이 대량 사육으로 가고, 아무나 도축을 못하도록 할 정도로 위생도 강조되면서 생고기를 취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 김영준 대표는 “단골의 80%는 닭 육회를 먹으러 오는 데 육회가 빠지자 단골이 대거 줄어들었다.”며 “지금도 육회를 찾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 고객의 건강과 안전 때문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반할 닭 코스요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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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육회→ 닭볶음 →닭백숙 →닭죽’으로 이어지던 코스요리에서 닭 육회는 빠졌어도 이 집 요리는 맛있다. 명불허전. 특히 닭볶음이 일품이다. 부드러운 앞가슴살에 갖은양념을 한 볶음은 소주 안주로 최적. 물론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먹기 좋은 요리다. 삶아 먹으면 퍽퍽한 퍽퍽 살을 볶음으로 내주고 푹 삶은 나머지 몸통 부위가 이어 나온다. 작은 닭으로 하는 삼계탕용 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묵은 닭 맛이 좋다. 마지막은 녹두를 넣어 끓인 닭죽. 취향에 따라 볶음 소스를 남겨 밥을 볶아 먹어도 된다.

요즈음 닭 요리집에서 닭을 과거처럼 집에서 직접 키워 사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 다만, 이곳 본촌동 해남장수촌닭은 매일 구입하는 생닭을 엄격하게 골라 오는 데서 품질관리를 한다. 2.5~3kg 크기의 닭 중에서 선홍빛이 돌고 살이 탱탱한, 그리고 윤기가 흐르는 상품 닭만을 엄선해 사용한다. 한때는 사육 농가를 직접 다니며 닭 품질을 체크하기도 했단다.

닭도 재고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평균 사용량보다 약간 적게 주문해 저녁식사시간이 마감되기 전에 재고가 떨어지게 물량을 조절한다. 전날 잡은 닭을 사용하면 고객들이 먼저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도입한 장사요령이다.
김영준 대표는 “좋은 재료를 쓰기도 하지만 정직한 장사에도 신경을 쓴다.”“어쩌다 닭이 크기가 작으면 한 마리를 더 잡아서라도 볶음 양을 맞출 정도로 고객을 배려한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많이 찾는 식당은 뭔가 달라도 다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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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촌동 해남장수촌닭은 이제 2세 경영의 길을 다졌다. 식당을 책임지던 배 씨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아들 영준 씨가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아예 딸 미진, 미향 씨 등 3남매가 뭉쳐 운영 중이다. 그래도 가끔 들러 어머니 배 씨가 담가주는 김치와 밑반찬의 손맛이 손님들의 입맛을 즐겁게 한다.

닭 코스요리라는 독특한 조리법 외에도 손해 보지 않고 맛있는 재료로 듬뿍듬뿍 내어놓는 해남장수촌닭은 장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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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장수촌닭​

  • 11:00 ~ 21:00
  • 062-572-8825
  • 광주광역시 북구 본촌동 769-8

#닭볶음탕#백숙#해남#촌닭#본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