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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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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실 백화점

뜨개실 판매만
40년
2022.09
편집자주
글 · 사진 김종구 에세이스트
"우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실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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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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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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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개바늘

광주 동구 금남로 5가 ‘황금실 백화점’에 들어서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110여 평의 넓은 매장과 사방 벽에 설치된 전시대에는 수만 개에 달할 것 같은 알록달록한 실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실의 종류도 모시 면사 특수사 수입사 등 수십 종에 이르고, 대바늘과 코바늘, 단추, 가방틀 등 수많은 부속품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전시됐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뜨개실을 보고 살 수 있는 백화점이었다.

황금실 백화점의 동선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면 창업자이자 전 대표인 강현숙(70) 명인의 수많은 작품이 전시됐다. 지난 40여 년 동안 직접 손으로 뜬 조끼, 원피스, 치마, 아이 옷 등 의류뿐만 아니라 모자, 가방, 양발, 신발 등 생활용품, 인형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들 작품은 직접 손으로 짰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교하고 이색적이었다. 작품의 완성도는 기성 제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뜨개질 마니아들의 사랑방

전시장 안쪽에서는 10여 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뜨개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2000년부터 실을 산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뜨개 강좌를 하고 있다. 매일 12석의 강의실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수강생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  2 이미지▲ 뜨개교실 내부1

  •  2 이미지▲ 뜨개교실 내부2

창업 초기에는 소매상에게 뜨개기술을 알려주었다. 입소문을 타고 그곳에 가면 누구나 뜨개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수강생이 늘자 아예 강좌를 개설했다. 작품을 팔지 않은 대신 뜨개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뜻도 있었다.
매주 월~금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무료 강좌가 열린다. 황금실 백화점은 뜨개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과 뜨개 문화발전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광주에서 뜨개질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 다녀간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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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05년부터 매년 10월 매장에서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다. 2018년 명인 명장으로 선정된 후부터 ‘동구 한복 명장 명인 협업 전’ ‘명인 명장 개관전’ ‘명인 강현숙 뜨개 라이프전’ 등 각종 전시회에 참여했고, 초등학교 뜨개 체험학습, 유튜브 출연 등으로 뜨개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손뜨개도 유행이 있다. 나이 든 어르신들은 주로 옷이나 목도리 등 대형 작품을 선호하고 젊은 층은 모자나 지갑, 인형 등 소품을 좋아한다.

손뜨개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다양한 기법을 통해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무늬와 모양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시간과 장소 불문하고 어디서나 뜨개질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집과 사무실, 카페는 물론 비행기 안에서도 뜨개질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여성들의 선호하는 취미 1위가 뜨개질이라고 한다.



1978년 창업…실판매 전문점으론 국내 최대

황금실 백화점은 1978년 충장로 5가에서 시작해 2005년에 현재 장소로 확장, 이전했다. 강 명인은 1980년 남편이 중국 심양에서 면사 공장을 차린 후 광주에서 도매업을 시작하면서 손뜨개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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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제작한 실

중국에서 만든 물건을 도매하기 위해 매장을 차리게 됐고, 실을 팔기 위해서는 최신 손뜨개 법을 알려줘야 했다. 강 명인은 “실을 소개하고 이 실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손뜨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렇게 시작한 손뜨개 작업이 어느덧 40년이 넘어 광주 동구가 선정한 명인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강 명인은 전시 작품에 반한 손님들이 구매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지만,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자기 작품을 팔고 싶지 않아서다. 같은 작품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이 쉽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작품을 넘기는 순간 그 의미가 퇴색된다는 생각에서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 중 똑같은 작품은 없다,’는 것이 강 명인은 평소 지론이다. 일정한 틀에 물건을 찍어낸 기성품과는 달리 수작업 제품은 만든 이의 정성과 마음에 따라 색깔과 표정이 있다는 의미다.



창업자 강현숙 명인 이어 딸이 운영

황금실 백화점은 뜨개실 전문 매장 규모로는 국내 최대이고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크다. 2005년 일본에서 발행되는 뜨개 전문 잡지인 ‘게이또 다마’에 까지, 소개될 정도이니 국제적인 매장 규모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1층 매장 외에도 2층과 3층에는 실을 감을 때 사용하는 기계와 각종 실 제품들이 꽉 차 있어 건물 전체가 ‘뜨개실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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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박희성 (오)박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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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명인

황금실 백화점은 강 명인에 이어 외동딸인 박연희(41) 씨가 2년 전부터 대표를 맡아 운영 중이다.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박 대표는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것을 비롯해 어머니의 솜씨를 꼭 빼닮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남편인 박희성 씨와 함께 매장관리 및 뜨개 문화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강 명인과 박 대표 부부의 꿈은 지난 40여 년 동안 모아온 소중한 작품과 기술을 후대에 전할 수 있는 뜨개백화점 개관과 뜨개질을 통해 인내력과 창의력을 배울 수 있는 초중등 교육과정 부활이다. 박 대표는 “어머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뜨개질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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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실 백화점

  • 월 ~ 토 09:00 ~ 18:30 (매주 일 휴무)
  • 062-223-8634
  • 광주 동구 금남로5가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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