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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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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원조 꽃게장
백반집 중앙식당

이야기가 있는 맛집 2022.10
편집자주
글 · 사진 이슬하 작가
2대 원조 꽃게장 백반집 중앙식당
밥도둑 총집합! 배 터지는 한 상
유독 인기 좋던 게장 반찬이 주인공으로
간장&양념 꽃게장에 국, 반찬까지 푸짐해

밥 없이는 못 사는 한국인들에겐 유명한 밥도둑이 몇 있다. 가장 심각한 도둑이 누구냐는 질문에 하나 콕 집어 대답할 순 없지만, 이 음식만큼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바로 ‘꽃게장’이다. 게를 간장에 숙성시켜 짭쪼롬하면서 감칠맛이 도는 간장게장과 비린 맛에 약한 사람도 새콤달콤 맛깔난 양념 맛에 반해 자꾸만 손이 가는 양념게장. 취향 따라 한가지 맛을 골라 먹을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둘 다 있는 게 좋지 않겠는가.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  2 이미지▲ 양념게장

  •  2 이미지▲ 간장게장

평범한 백반집의 변신

밥도둑의 조상님 격인 게장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거뜬한데, 동곡동에 가면 꽃게장에 국, 10여 가지가 훌쩍 넘는 반찬까지 푸짐한 상차림을 만날 수 있다.

평동산단을 지나 광산구 끝자락에 위치한 동곡동. 바닷가도 아닌데 꽃게장 백반거리에는 다 사연이 있다. 동곡동은 광산구에서 나주로 나가는 길목 인데다 광주-목포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목포와 영암을 오가는 길이기도 했다고. 길목을 오가는 사람들이나 근처 사람들이 가볍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동네 백반집이 2개 있었는데 그중 한 가게에서 내놓은 반찬 하나가 인기를 끌었다. 꽃게장이었다. 게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평범한 동네 백반집은 꽃게장 백반집으로 바뀌었다. 꽃게장 백반 덕분에 장사가 잘 되자 차례로 꽃게장을 추가해 같은 메뉴를 팔기 시작했고, ‘동곡동 꽃게장 백반 거리’가 조성됐다.

동곡동 꽃게장 백반 거리의 원조인 중앙식당 현재 사장은 김금순(72) 씨. 동곡동에서 나고 자라 결혼하곤 25살 때부터 시어머니 곁에서 요리를 배워 2대째 가게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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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순 사장은 "전라도 손맛 제대로인 시어머니께 비린내 나지 않고 맛깔난 꽃게장을 담그는 법부터 밑반찬 하나하나 모든 것을 배웠다"면서 "매일 꽃게 손질을 했고 일흔이 넘은 지금도 직접 꽃게장을 무치고 반찬을 만든다"고 한다.

결혼 전에는 요리에 관심도 없었다지만 시어머니의 손맛을 곧잘 배웠다. 여기에 ‘친정어머니도 손맛이 좋았다’는 같은 동곡동 주민이자 20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분의 증언이 더해졌다. 이 거리의 원조로서 50년 가까이 장사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짐작된다.

광산구 끝자락이라 차가 없으면 오기 힘들뿐더러 지역민조차 모르는 이가 많은 동곡동이지만 가게 단골도 수두룩하다. 광주는 기본이고 나주, 목포, 영암, 함평에서 꽃게장 백반 먹겠다고 찾아온단다. 대학생 시절 일주일에 두 번씩 30분 가까이 달려와 점심 먹고 간 기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점심땐 발 디딜 틈 없던 것도 기억난다.

맛있는 건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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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간장꽃게장과 양념꽃게장을 빙 둘러 시골 할머니가 내어주신 밥상처럼 고봉으로 담긴 쌀밥에 꽃게 다리를 넣고 오래 끓여내 시원한 맛이 끝내주는 꽃게 된장국, 젓갈·나물·생선·장아찌 등 정성 가득 손맛으로 채운 각종 밑반찬까지. 쟁반 가득 담겨 나오는 백반 상에 오늘도 과식하겠구나 싶다.

이곳 거리에서는 간장게장 먹을지 양념게장 먹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둘 다 나오기 때문. 김금순 사장은 "사람들 입맛은 다양하고 뭘 좋아할지 모르니까 다 먹으라고 둘 다 팔기 시작했다"며 "먹어도 탈이 안 나고 비린내 나지 않도록 좋은 꽃게를 가져다 쓰고 양념도 좋은것만 쓰니까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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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알맞게 짭쪼롬한 숙성 간장맛에 달달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게살이 만나 끝내주는 감칠맛을 낸다. 살짝 얼린 꽃게를 그날그날 바로 무쳐 상에 낸 양념게장도 매력적이다. 게장만 먹어도 맛있지만 짭조름한 맛이나 매콤한 맛이 올라오면 얼른 밥 한술 떠 넣으면 그만이다. 이래서 ‘밥도둑, 밥도둑’ 하나보다.

하나도 사 온 것 없이 모두 김금순 사장이 직접 만드는 반찬들은 말해 뭐할까. 넘치게 담긴 밥에서 느꼈듯 정겨운 시골 할머니 손맛을 연상시킨다. 투박한 듯하나 맛있고 먹을수록 밥을 부른다. 밥 한술 게장 한입, 다시 밥 한술 반찬 한입 먹다 보면 금새 허리띠를 풀러야 한다. 꽃게 다리를 넣어 오래 끓여낸 된장 국물을 떠 먹으면 깊은 맛에 속이 풀린다. 이곳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오죽하면 해장하러 왔다가 다시 취해서 간다는 말도 들었었다.

시어머니가 처음 백반집을 할 땐 한 상에 800원인 시절도 있었다. 세월이 지나 물가가 올라 지금은 12,000원이 됐지만 맛깔나고 푸짐하게 담긴 상차림엔 여전히 정이 넘친다. 처음 내놓는 반찬이 적어 보여도 걱정 뚝. 게장이든 반찬이든 편하게 리필해 주니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맛있는 꽃게장은 택배, 포장을 통해 전국 어디서든 맛볼 수도 있다.

  •  2 이미지▲ 게장거리

  •  2 이미지▲ 주정차단속

동곡동 꽃게장 백반 거리의 원조 맛을 지켜온 김금순 사장은 "올해 들어 학교 앞에 카메라 설치로 주차단속이 시작돼서 코로나가 한창일 때보다도 평일 손님이 더 줄었다. 단속이 완화된 주말 점심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다 골목 자체에 손님들 발길이 끊기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우리 가게에도 이곳 거리에도 손님들이 넘쳐나길 바라고, 멀리서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 언제나 맛있는 밥상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동곡동만의 꽃게장 백반 거리를 오래오래 지켜가고 싶은 마음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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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식당

  • 10:00 ~ 19:30 (매월 마지막 목 휴무)
  • 062-943-3335
  • 광주 광산구 동곡로 1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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