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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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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계
신의 손

한일미싱상회 2022.11
김종구 에세이스트
사진 오종찬 작가
광주속삭임 11월 제59호 발췌
광주에는 ‘재봉틀계 신의 손’이 있다.
남광주시장에서 53년째, 전국에서 찾아오는 재봉틀 수리 전문점
직접 개발한 도구로 100년 넘는 기계식~전자식 모두 수선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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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재봉틀’, ‘재봉틀계 신의 손’, ‘남광주시장의 터줏대감’.
이들 별칭은 팔순의 고령에도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장춘원(80) 한일미싱상회 대표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들이다.

광주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 천변우로에 위치한 한일미싱상회를 운영하는 장 대표는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고객들의 재봉틀을 고치고 전화응대를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고 산다. 장 대표는 1970년 한일미싱상회를 창업한 후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다. 새벽 3시쯤 일어나 집에서 가게까지 광주천을 따라 걸어오면서 가볍게 운동을 한다. 새벽 5시 가게에 도착해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장 대표는 “새벽에 남광주시장을 보러와 재봉틀 수리를 맡고 놓고 시장을 본 뒤 찾아가는 손님이 있어 일찍 문을 연다”고 말했다. 요즘도 가끔 새벽에 수리를 맡기러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20대 후반에 창업해 한자리를 지키다 보니 어느덧 남광주시장의 터줏대감이 됐다.

재봉틀 가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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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1962년 19살 때 광주 충장로에서 재봉틀 가게를 운영하는 사촌 형에게 8년간 기술을 배웠다. 온갖 심부름부터 시작해 재봉틀 기술을 익힌 뒤 군대를 제대하고 현재의 터에 개업했다. 당시만 해도 재봉틀은 필수 혼수품이었다. 집집마다 재봉틀이 한 대씩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한일미싱상회도 개업하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재봉틀에 대한 인기는 80년대 말까지 이어졌고 한일미싱상회도 전성기를 보냈다. 덕분에 2남 1녀를 잘 키울 수 있었다. 그때는 가정에서 옷이며 이불, 커튼 등이 해지고 찢어지면 고쳐 입고 간단한 생활용품들은 직접 만들어 썼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값싼 중국산 제품들이 밀려들고 기성복이 유행하면서 재봉틀 사업도 사양길에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광주 시내 유명 양장점과 양복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재봉틀 가게들도 폐업이 늘었다. 한일미싱상회에도 위기가 닥쳤지만, 장 대표의 성실함과 뛰어난 기술로 지난 30여 년 동안 고장 난 재봉틀을 수리하면서 지탱해 오고 있다. 혹시 재봉틀을 수리하러 온 손님들이 헛걸음 않도록 연중무휴로 가게 문을 연다. 일요일은 새벽에 문을 연 뒤 잠시 교회에 다녀오고, 명절에는 오전을 가족과 함께 지낸 뒤 오후에는 가게에 나와 손님을 맞았다. 장 대표는 “무거운 재봉틀을 다루는 손님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아서 명절 등 쉬는 날에 자녀들을 동행해서 수리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미소를 지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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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하루 3~5명이 찾아와 재봉틀을 수리 해 간다. 2010년부터 KBS, MBC, KBC 등 공중파 방송에 소개된 뒤 전국에서 고객들이 찾아온다. 아무리 오래된 재봉틀도 장 대표의 손을 거치면 새것처럼 잘 돌아간다. ‘재봉틀계 신의 손’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옛날 미싱은 광주에 가야 고친다’는 소문이 널리 펴졌다. 장 대표는 “단골 고객께서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고, 어디 가지도 말고, 이 자리를 지켜달라’고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잊지 않고 찾아오는 고객 덕분에 보람을 갖고 일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재봉틀 수선, 부품 교환, 구입 모두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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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미싱상회는 기계식 재봉틀 수리 전문점이다. 가게 내에는 골동품 가게를 연상할 만큼 오래된 미싱과 부속자재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100년이 넘는 기계식부터 현재 전자식까지 모든 재봉틀 수선이 가능하다. 또 구형 모델을 새로운 모델로 교환하거나 수리를 마친 전시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녹이 슬거나 부속품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재봉틀은 비슷한 연식의 모델로 교환하면 된다. 기계식 재봉틀 중 발판을 사용해 부피가 큰 것은 손재봉틀이나 소형 모터로 작동하는 전자식으로 고쳐 쓰면 된다.

특히 60~70년대 유행하던 기계식 재봉틀을 사서 집과 가게 전시용으로 쓰려는 고객들도 종종 찾아온다. 중고 손재봉틀의 경우 6만 원짜리도 있지만 인테리어용 제품은 20만 원 이상을 호가한다. 60년대에는 고급 재봉틀의 경우 ‘논 서 마지기 값’이 넘을 정도로 귀중품이었다. 고급 제품들은 디자인이 독특하고 작동도 잘 돼 요즘에도 인기다. 싼 가격으로 산 중국산보다 훨씬 실속 있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장 대표의 유일한 취미이자 휴식은 성경을 필사하는 것. 1992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구약과 신약 성경을 15번이나 옮겨 적었다. 가게 안방에는 그동안 성경을 필사한 대형 노트 40여 권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일미싱상회에는 다른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작업 도구들이 많다. 대형 모터에 사포를 달아 녹을 제거하나 부품을 갈 때 쓰는 기구를 비롯해 바늘에 실을 꿸 때 쓰는 소품도 있다. 모두 장 대표가 직접 개발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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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할지, 몇 년을 더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돈 벌려고 하는 일도 아니고 재미있어하는 일이니만큼 힘이 닿는 한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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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미싱상회

  • 010-4879-4325
  • 광주 동구 천변우로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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