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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찾음별
#수다톡 조회수 1,037회 2024.12.30 오전 11:57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소식을 보았다.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생채기를 입은 가족들, 허공에 남은 누군가의 이름들, 그리고 그 이름을 잃어버린 시간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텅 빈 화면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하루 종일 다음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몰라 계속 깜빡이기만 하는 커서처럼 버벅거렸다.

세상은 참 빠르게 돌아간다. 속보가 쏟아지고, 기자들은 경쟁하듯 가시 같은 소식을 쏟아낸다.
무책임한 말들, 진실보다는 자극을 좇는 이야기들도 섞여 있다.
누구는 이번 일을 논쟁거리로 만들고, 누구는 분노를 가장해 관심을 끌려 한다.
화면 속 글자들은 서늘하고 무심하게 움직이지만, 그 차가움에 놀란 내 마음은 참담함과 분노로 얼어붙는다.

사고 당한 이들의 가족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그분들에게는 누군가의 의도나 목소리, 논쟁조차 모두 상처일 텐데.
온몸으로 사고의 무게를 짊어진 그들의 침묵을 상상하면,
위로라는 단어조차 차마 꺼낼 수가 없다. 죄스럽다.

무심하게 또 하루를 시작한다.
버스를 타고 출근 한다. 사무실에 가면 컴퓨터를 켜고, 일을 하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전화를 받고, 보고를 하고, 그러다 또 저녁이면 피곤한 얼굴로 집에 돌아와 잠들 것이다.
이 평범함이 어쩐지 서글프다.
내가 이렇듯 무력하고 평범하다는 사실에 너무도 죄책감이 든다.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면 나누고,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면 위로하며,
어떻게든 작은 버팀목이라도 되겠다는 마음이다.

살아가는 것은 왜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버티고 견딘 하루가
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의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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